어느 스승이 제자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가 길가에 헌 종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그 종이를 집으라고 말했습니다. 제자들이 종이를 집자 스승이 물었습니다. “무엇에 쓰였던 종이라고 생각하느냐.” 제자들이 답합니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여전히 향내가 납니다.”
또 길을 걸어가는데 끊어진 새끼줄 토막이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스승이 다시 그것을 집으라고 말하고서 물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에 쓰였던 새끼줄이냐.” 그러자 제자들은 “새끼줄에서 비린내가 난다”며 “생선을 꿰었던 새끼줄 같다”고 말했습니다.
스승이 다시 말했습니다. “사람도 이와 같다. 현명하고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면 함께 현명하고 어질어질 수 있으나 어리석고 사악한 이들 속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차츰차츰 물들어 가면서도 사람들은 대부분 깨닫지 못한다.”
종이는 분명 향 자체가 아닙니다. 새끼줄도 물론 생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향을 쌌던 종이와 생선을 꿰었던 새끼줄은 그 향과 냄새를 쉽게 지울 수 없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내 옆에서 나와 같이 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리석고 사악한 사람과 있는지, 선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고경환 목사(순복음원당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6/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