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들 말씀이 '생사대사(生死大事)요, 무상신속(無常迅速)'이라고 하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이 죽는 일이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시체를 없애버리지 않았다. 미라를 만들었다. 죽은 자가 다시 부활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보존하는 장례법을 발전시켰다. 인도는 불에 태우는 화장(火葬)이다. 다른 몸을 받아서 환생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승에서 사용한 육체는 버려야 한다. 죽음이란 낡은 가죽 포대를 벗는 것이므로 미련이 없었다. 한자 문화권의 매장(埋葬)은 명당(明堂)을 강조하였다. 명당에 시체를 묻으면 죽은 자도 편안한 음택(陰宅)에서 머무를 뿐만 아니라, 그 후손도 복(재물·벼슬)을 받는다고 믿었다.
산 자를 위한 장례법이 명당풍수(明堂風水)이다. 티베트의 조장(鳥葬)도 있다. 독수리에게 시체를 뜯어 먹도록 하는 방법이다. 조장은 티베트에서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란의 조로아스터교(敎)가 원조였다. 키루스와 다리우스 대왕이 다스리던 페르시아 제국의 종교가 조로아스터교였다. 신전에 불을 모셔 놓는다고 해서 배화교(拜火敎)라고 부른다. 길게 잡으면 그 역사가 7000년이고, 짧게 잡으면 3753년이다.
조로아스터교는 무조건 조장이었다. 도시 근처의 야트막한 야산 정상에 조장터를 마련해 놓았다. 나무가 없는 황량한 야산이다. 조장터는 성처럼 둥그렇게 담을 쌓아 놓았다. 가족들이 시체를 조장터 밑에까지 운반해 간다. 조장터 밑에는 가족이 머무르는 숙박시설도 있었다. 가족들이 시체를 조장사에게 인계할 때는 문(門)을 통과한다. 둥그런 담벼락이 둘러쳐 있는 조장터에는 돌 문이 하나 있다. 문을 지나서 둥그런 운동장 한가운데에다가 시체를 놓는다. 주변에서 기다리던 독수리들이 살점을 뜯어 먹는다. 살았을 때 남의 살을 많이 먹었으니 이번에는 자기가 독수리 밥이 될 차례인 것이다. 영혼은 독수리를 타고 하늘로 승천(昇天)한다고 믿었다. 조장은 땅과 물의 오염을 방지하고, 화장할 때 필요한 목재도 아낄 수 있는 위생적이고 환경보호적인 방법이었다. 독수리가 돌아올 때 영혼은 다시 지상으로 환생한다. 니체가 말한 영겁회귀(永劫回歸)가 이것이다.
-조선일보,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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