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모시는 충남 서천의 자랑거리 중 단연 으뜸이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고 고운 한산 모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세워진 한산모시관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모시를 짜고 있다. 조만간 국립생태원에서도 마치 모시 틀에서 씨실꾸리가 담긴 북이 좌우로 넘나드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다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이 아니라 앙증맞은 개미들이 올을 엮는 게 다를 뿐이다. 국립생태원 개미세계탐험전에는 동남아시아 열대에서 데려온 베짜기개미가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베짜기개미는 협동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개미다. 오죽하면 개미허리라고 할까마는 그 가는 허리를 뒤에서 입으로 물고 그놈의 허리를 또 다른 개미가 입으로 무는 형식으로 수십, 수백 마리의 일개미가 여러 줄로 나란히 매달려 두 장의 나뭇잎을 가까이 잡아당긴다. 그런 다음 곧 고치를 틀어 번데기가 되려는 애벌레들을 동원해 그들이 뿜어내는 생사(silk)를 가지고 마치 씨실 북이 왔다갔다하듯 양쪽 이파리를 엮어 방을 만든다. 이들의 일사불란한 협업 현장을 바로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다.
베짜기개미 연구는 하버드대 내 스승들이었던 횔도블러 교수와 윌슨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무려 40년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연구에도 여전히 남는 불가사의는 그들의 작업 현장에 이를테면 '작업 반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잠언 6장 7~8절에 솔로몬 대왕께서 이미 그 옛날에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하셨지만, 그래도 많은 개미가 일하려면 전체를 진두지휘하며 구령이라도 부를 지도자 개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언 40년 동안 보고 또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베짜기개미 전시에 오면 꼭 작업 반장 개미가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란다. 만일 찾으시면 그야말로 세기의 발견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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