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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에 블로그 파세요" 홍보업체의 은밀한 유혹

하마사 2014. 11. 21. 15:02

[블로그 뒷거래 시장 급팽창]

방문자 많을수록 비싼 몸값
광고 대행사들, 매매·임대로 홍보 글·사진 교묘하게 게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사진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원 전모(31)씨는 최근 낯선 이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블로그 50만원에 구매해요. 판매 의사 있으시면 카카오톡 아이디 ○○○으로 연락주세요.' 전씨가 지난 5년간 운영해 온 개인 블로그를 50만원에 넘기라는 제안이었다. 자신을 '온라인 광고 대행사'라고 소개한 메일 발송자는 "쇼핑몰·여행사·병원·맛집 등을 광고하기 위해 블로그를 사고 싶다"고 했다.

블로그 방문자가 하루 수백~수천명에 달하는 파워 블로거들이 늘고, 블로그에서 제품·서비스를 홍보하는 '블로그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개인 블로그 뒷거래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이런 거래를 주도하는 것은 각 업체의 온라인 홍보를 의뢰받은 광고 대행사들이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인기 블로그를 추려낸 뒤 그 운영자들에게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 '블로그를 팔라'고 제안하고 있다. 일일 방문자 200명, 누적 방문자 20만명 수준의 블로그는 매매가가 50만∼60만원 선이고 하루 방문자 1000명이 넘는 블로그는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블로그 매매는 사인(私人) 간 거래인 만큼 법적 제한은 없다. 문제는 이런 블로그 뒷거래가 인터넷 정보 시장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광고 대행사 상당수는 개인 블로그를 사들인 뒤에도 운영자가 바뀌지 않은 것처럼 해놓고 제품 후기와 광고 글을 올리면서 방문자들을 현혹한다. 회사원 박재우(29)씨는 "자주 찾던 여행 블로그에 갑자기 쇼핑몰 이용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해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운영자가 바뀌어 있더라"고 했다.

최근에는 광고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교묘한 방법도 등장했다. 블로그 운영자에게 일정 시간 블로그를 빌리는 '블로그 임대', 운영자와 함께 글을 올리는 '블로그 공유' 수법이다. 광고 대행사가 넘겨주는 홍보 글과 사진을 그대로 싣는 블로그 주인들에게 매달 10만∼30만원씩, 또는 건당 1만∼5만원씩 지급하는 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 블로그상의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수사기관도 광고 글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블로그 운영자 중에선 광고 대행사들의 집요한 매매 요구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는 주부 안모(37)씨는 "얼마 전 60만원에 블로그를 팔라는 제안이 왔길래 거절했는데 끊임없이, 곧이어 다른 업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메일과 쪽지를 보내와 아예 친구 외엔 메시지 수신을 거부했다"고 했다.

한편 블로그 뒷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광고 대행사들이 뒤통수를 맞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개인 블로그를 팔겠다고 한 운영자가 여러 대행사와 이중 계약을 하거나, 계약 후 아이디를 삭제해버리는 경우다.


-조선일보, 201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