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담임목사 해임은 지교회 고유 권한" 교단법과 상관없이 공동의회서 목사 불신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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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법과 상관없이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 불신임을 결의할 수 있다는 판결이 연속해서 나왔다. 법원은 담임목사 해임 권한은 개교회의 고유 권한으로 판단했다. 담임목사 청빙을 결의한 공동의회가, 당초 이루어진 청빙 결의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전경.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 갈무리) |
서울 강남에 위치한 ㄱ교회 김 아무개 목사는 교회 돈을 제멋대로 썼다. 교인들은 김 목사를 담임목사직에서 해임시켜 줄 것을 노회에 요청했다. 해당 노회는 교인들의 탄원 사유가 타당하다고 판단, 김 목사를 ㄱ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면직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노회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총회 재판부에 상고했다. 총회 재판부는 노회 결정을 뒤엎었다. 김 목사가 헌금한 교인의 허락을 받고 돈을 썼기 때문에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신 김 목사를 고소한 장로와 권사들에게 1년 정직 처분을 내렸다. 결국, 담임목사 거취를 둘러싼 교회 갈등은 사회 법정으로 이어졌다.
교회 문제의 대부분은 담임목사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교회는 담임목사 거취를 놓고 분쟁에 휩싸인다. 하지만 ㄱ교회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 목사 면직을 위해서는 노회나 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 각 교단은 목사 해임 절차를 교단 헌법에 명시해 놓았다.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인 두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영택 총회장)의 목사 해임 절차를 살펴보자.
예장합동 권징조례 제19조는 "목사에 관한 사건은 노회 직할에 속하고, 일반 신도에 관한 사건은 당회 직할에 속하나(후략)"이다. 목사는 당회 차원에서 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헌법 시행 규정 제26조에는 "헌법 권징 제4조 제1항, 제6조 제2항에 의거 목사, 장로, 집사, 권사를 신임 투표로 사임시킬 수 없다"고 나온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교단 모두 목사를 개교회에서 치리할 수 없게끔 했다.
교인 총회서 담임목사 '해임'…목사는 '무효' 주장했지만
하지만 교단법과 상관없이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 불신임을 결의할 수 있다는 판결이 연속해서 나왔다. 하나는 10월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다른 하나는 10월 27일 수원지방법원에서다.
먼저 26일 사건이다. 예장합동 소속 ㄴ교회는 이 아무개 담임목사와 제직들 사이의 갈등으로 분쟁을 겪었다. 그러던 2012년 9월 2일, 재적 교인 782명 중 572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인 총회를 개최해 이 목사 해임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해임안은 교인 551명(9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목사는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면직 무효 및 담임목사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교단법에 따라 목사에 대한 불신임은 공동의회에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 해임을 결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목사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기각당했다.
법원은 기각 이유로 △비법인 사단인 ㄴ교회는 사원 총회에 해당하는 교인 총회의 결의로서 그 대표자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 △공동의회의 결의에 교단 헌법이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교단이 바뀌어도 법원의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예장통합 소속 ㄷ교회. 세례 교인 53명 중 48명은 공동의회 소집을 요청했다. 안건은 담임목사인 서 아무개 목사의 해임 여부였다. 하지만 서 목사는 공동의회 소집을 거부했다. 교인들은 수원지방법원에 '임시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냈다. 서 목사는 총회 헌법 시행 규정 "목사를 신임 투표로 사임시킬 수 없다(제26조 7항)"를 근거로, 담임목사 해임이 목적인 공동의회 소집은 불가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동의회 소집을 허가했다.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했으니, 이를 철회할 권한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이 공동의회에서 목사 해임을 결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법원은 교회를 민사소송법 제52조에서 말하는 비법인 사단으로 본다. 비법인 사단은, 법인으로서의 실체는 가졌지만, 법인이 되기 위한 법 절차는 밟지 않은 모임을 말한다. 따라서 민법 규정을 교회에 유추 적용할 수 있어, 사원 총회에 해당하는 교인 총회의 결의로 대표자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민법 제689조 1항).
둘째 이유는 지교회와 교단의 관계다. 법원은 교단과 지교회를 별개의 종교 단체로 본다. 교단 헌법은 교단 총회만을 규율하는 규범으로, 정관은 지교회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분리하여 파악한다. 법원은, (1) 지교회가 교단 헌법을 교회의 자치 규범으로 받아들인 경우와 (2)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만, 교회법이 지교회 내에서 효력을 가진다고 본다. 법원은 담임목사 해임 권한을 개교회의 독립성 및 종교적 자유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회 분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이번 판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갈등의 중심에는 담임목사가 서 있다. 담임목사와 관련한 문제는 교회를 두 편으로 갈라놓는다. 심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나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개교회에서 담임목사 임기제나 불신임권을 갖게 되면, 적어도 담임목사와 관련된 문제는 개교회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임기제와 해임권이 포함된 민주적 정관은 교인들이 목사 해임을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한국교회의 악습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교회법 학자들과 교회 개혁 단체들은 '민주적' 내용을 갖춘 정관이 제정돼야 교회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했다.
교회 정관에 목사 '임기'와 '사직' 명시해야
▲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의 제8차 세미나가 경기도 양수리 강남중앙침례교회 수양관에서 지난 10월 30일 열렸다. 세미나 주제는 '교회 정관의 제정 필요성과 문제점'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서헌제 교수는 최근 민주적 정관 제정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목사의 비리나 문제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목사를 사임시킬 방법이 없다면서, 목사의 사직과 면직을 정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가운데가 서헌제 교수. ⓒ뉴스앤조이 이은혜 |
교회법학회 회장 서헌제 교수는, 10월 31일 열린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세미나에서 민주적인 교회 정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개교회가 명확한 정관만 가질 수 있다면,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분쟁 중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정관에 더욱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내용으로는 '목사의 사직과 면직'을 꼽았다. 지교회는 교회법상 목사의 비리나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목사를 사임시킬 방법이 없기에, 어떤 형태로든 목사 면직에 관한 규정을 정관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범 정관 제정 운동을 주도해 온 백종국 교수는, 교인들에게 모든 주권이 있다는 민주적 원칙이 개신교회의 기본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장로교 헌법은 스코틀랜드 장로교 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코틀랜드 장로교 전통은 노회에서 목사를 파송하고 개교회에서 수락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목사의 거취를 노회에서 결정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한국의 권위주의적인 문화와 뒤섞여 목사의 거취는 노회에서 결정한다는 논리로 왜곡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 준다고 평했다.
백 교수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권위주의적 사제주의를 지적했다. 성직자와 일반 교인과의 구분이 성직자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위임목사의 경우 사실상 임기 제한이 없어, 목사의 월권을 견제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민주적 정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는 10여 년 전부터 모범 정관 제정 운동을 벌여 왔다. 교회 갈등의 원인 대부분이 목사들의 비리에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노회와 총회는 목회자를 두둔하는 경향이 있다. 모범 정관이 수립되면 개교회의 행정적·재정적 갈등이 더 이상 노회나 총회와 같은 치리회로 전이될 이유가 없으므로, 교회 내부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2년 개혁연대와 <뉴스앤조이>가 함께 발간한 <모범 정관-건강한 교회의 기본>에는 구체적인 정관의 예와 이를 적용한 교회 사례가 담겨 있다.
-뉴스엔조이, 201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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