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KBS 아나운서
65만명 수험생이 대입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다. 며칠 안 남은 터라 수험생과 가족의 마음은 바짝 타들어가리라. 나도 고 3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백년대계의 부실함과 입시제도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일단 이 제도에 맞춰서 꾸역꾸역 대학에 보내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까?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30년 전만 해도 한두 번만 떨어지면 재수를 해야 했다. 요즘은 수시 여섯 번, 정시 세 번의 기회가 있으니 아홉 번을 떨어져야 재수의 길로 접어든다. 대학들이 입시전형료로 건물 하나 세우겠구나 하는 생각에 앞서 탈락의 아픔을 여러 번 느껴야 하는 아들이 안쓰러웠다. 이미 수시 전형에서 낙방의 고배를 여러 번 들이킨 아들은 그때마다 친구들과 아픔을 달랬다. 함께 치킨을 먹거나 집 근처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너갔다 왔다고 한다. 자율학습이 끝나는 11시에 전화를 걸어 오늘은 아무개가 불합격 소식을 들었으니 그 친구를 위로하느라 조금 늦겠단다. 아무리 수능이 코앞이라도 친구 위로하겠다는데 야박하게 굴 수도 없고, 부모의 위로보다 친구의 위로가 명약이라는 데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무심코 마주친 아들에게 위로랍시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들, 이것도 다 인생이야. 탈락도 연습이 필요하거든. 일곱 번만 탈락하고 붙으면 좋겠다." "아빠, 탈락 연습도 좋지만 난 위로 연습 중이야. 일흔 번만 위로하고 다들 붙으면 좋겠어."
-조선일보 일사일언, 201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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