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마지막 美포로
버그달 병장 美軍부대 이송… 오바마 "조국은 잊지 않는다"
-공화당의 우려
"테러집단과 不협상 원칙 깨져… 미국인 납치 빌미 줄 수도"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반군에 붙잡힌 마지막 포로를 돌려받기 위해, 수감 중이던 지도자급 탈레반 포로 5명을 석방했다. 돌려받은 군인은 5년간 붙잡혀 있던 보 버그달(28) 병장이고, 석방한 탈레반은 탈레반 정부 시절 내무장관을 지낸 키룰라 카이르카, 정보차관 압둘 하크 와시크, 군 최고 책임자까지 올랐던 물라 무함마드 파즐, 여러 곳의 주지사를 지낸 물라 누룰라 누리, 아프간 동부 지역 책임자로 '가장 의미 있는 탈레반 지도자'로 기록돼 있는 무하마드 나비 오마리 등 '거물급' 인사들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1일 버그달 병장의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장에 어떤 병사도 남겨두고 오지 않겠다는 미국의 변치 않는 의무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버그달 병장이 사라졌을 때도 우리는 결코 그를 잊지 않았다. 그는 현재 미군 특수부대 보호 아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자국 군인에 대한 보호 의무는 철저하다. 2차 대전 당시의 실화에 바탕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한 명의 군인을 귀향시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작전이 펼쳐지는 일이 적지 않다.
1995년 보스니아에서 격추된 미군 조종사 스콧 오그래디 대위를 찾기 위한 해병 특공대의 구출 작전도 유명하다. 적진 한복판에 뛰어드는 위험한 작전이었지만 5시간 42분 만에 성공했다. 오그래디 대위는 구출 직후 "미국이라는 나라, 정말 지구 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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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을 애태운 父母의 안도 - 버락 오바마(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에 5년 동안 붙잡혀 있던 미군 포로 보 버그달 병장의 석방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버그달 병장의 어머니 재니 버그달(왼쪽)과 아버지 밥 버그달(오른쪽)이 함께했다. /AP 뉴시스
하지만 이번 맞교환을 놓고 논란도 있다. 공화당 하워드 벅 매키언 하원 군사위원장과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는 "'테러 집단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이 무너지면서 테러 집단은 미국민을 납치할 강력한 동기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0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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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수염
수염은 르네상스 이탈리아를 이끈 두 도시국가 피렌체와 베네치아의 차이를 상징했다. 피렌체 사내들은 수염을 말끔히 깎았고 베네치아 남자는 턱수염을 길렀다.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이렇게 풀이했다. 피렌체 사람은 기독교 문명권에서 금융업을 하느라 단정하게 보여야 했다. 베네치아 상인의 수염은 지중해 무역 파트너 이슬람 세계를 이해한다는 표시였다. 수염이 없으면 애 취급 당해 얕보였다. 무슬림에게 수염은 지혜와 용맹을 뜻한다.
▶이슬람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 관행을 '순나'라고 한다. 무함마드처럼 수염을 길게 기르는 것도 순나다. 순나는 율법이 아니다. 수염은 명예이지만 자른다고 화를 입지도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 탈레반은 다르다. 턱수염을 10㎝ 넘게 기르지 않으면 신에 대한 반란으로 본다. 5년 집권하면서 면도한 남자는 물론 이발사까지 잡아 가뒀다. 수염 없는 선수는 올림픽에도 내보내지 않았다.
▶탈레반에게 붙잡혀 있던 마지막 미군 포로 보 버그달 병장이 엊그제 5년 만에 풀려났다. 미국 정부가 구금해 온 탈레반 지도자 다섯을 석방해 맞바꿨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장에 단 한 병사도 남겨두고 오지 않겠다는 미국의 변치 않는 의무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버그달 부모와 함께 선 기자회견 사진이 어제 신문에 실렸다. 아버지 밥이 귀밑부터 풍성하게 수염을 길렀다. 그 위 사진, 석방된 다섯 탈레반의 수염을 빼닮았다.
▶밥은 아들이 포로가 되자 아프간 말 파슈툰어부터 배웠다. 탈레반 근거지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다. 인터넷을 뒤져 국제 정세를 파고들었다. 구조 작전이나 협상이 틀어질까 봐 아들이 붙잡힌 사실을 집 밖으로 퍼뜨리지 않았다. 밥은 전사한 탈레반을 위로하는 글을 유튜브에 올렸다. 파슈툰어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존경을 말했다. 수염도 탈레반의 마음을 얻으려는 몸짓이었다. 500년 전 베네치아 상인들처럼.
▶밥은 기다리다 못해 재작년 아들의 억류 소식을 세상에 알렸다. 국무부와 국방부를 드나들며 호소하고 압박했다. 메모리얼데이 워싱턴 10만 군중 앞에서 분노에 찬 연설을 했다. 탈레반과도 접촉했다. 아이다호 산골 고향은 마을 사람들이 내건 노란 리본에 덮였다. 지성이 하늘을 움직였던지 아버지의 '5년 전쟁'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밥이 그제야 말했다. "지난 5년 한 번도 희망을 잃은 적이 없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다." 아버지는 속으로 사랑한다. 자식의 영원한 바람막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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