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유머

美 대통령의 유머

하마사 2014. 5. 8. 10:18

1984년 레이건이 라디오 방송을 하려고 마이크 앞에 앉았다. 레이건은 음성 테스트로 알고 농담부터 꺼냈다. "친애하는 미국인 여러분, 우리는 5분 뒤 러시아를 폭격할 것입니다. 내가 폭격 명령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참모들이 화들짝 놀랐지만 이미 대통령 목소리는 전파를 타고 흘러나갔다. 소련도 라디오를 들었고 전군 비상령을 내렸다. 사태는 별 탈 없이 수습됐다. 미국인들답게 방송 사고가 있던 8월 11일은 '대통령 조크 데이'로 즐기는 날이 됐다.

▶언론은 이날만 되면 가장 웃긴 대통령 유머 10선(選) 혹은 20선을 추려냈다. 전 상원 의원 밥 돌은 책 '대통령의 위트'에서 역대 대통령을 유머가 넘친 순서로 늘어놓았다. 링컨, 레이건,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첫손에 꼽았다. 특히 레이건을 치켜세우며 "배우로서 유머 타이밍이 뛰어났다"고 했다. 레이건은 순간적 기지가 넘쳤다. 1981년 암살범 총을 맞고 수술실로 실려 가다 의사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공화당원이길 바라오."

[만물상] 美 대통령의 유머
▶대통령 농담은 기지나 애드리브가 아니다. 백악관은 연설문 작성팀에 조크 담당을 따로 둔다. 머리를 쥐어짜다 안 되면 외부 전문가를 끌어온다. 코미디언, TV 작가, 언론인까지 찾아가 아이디어를 얻는다. 금기도 있다. '선(線)을 넘지 말 것, 부처 간 마찰이 없게 할 것….' 2011년 오바마 신년사엔 정부의 비효율성을 꼬집는 연어 얘기가 들어갔다. "연어가 민물에 있으면 내무부 관할이고, 바다에 있으면 상무부 관할입니다. 훈제가 되면 훨씬 복잡해집니다."

▶미국 대통령은 연례행사인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에서 유머 감각을 뽐낸다. 올해 100년 된 엊그제 기자단 만찬에서 오바마는 스스로 망가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은 푸틴을 겨냥했다. "푸틴이 노벨 평화상을 노린다던데 요즘은 노벨상을 아무에게나 주잖아요." 푸틴이 지난해 노벨상 후보였던 것을 비틀었다. 오바마도 2009년 취임 첫해 노벨 평화상을 받고 논란이 됐다. 자기까지 싸잡아 웃긴 셈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할 때는 '슬픔의 통로'와 '웃음의 통로'가 있다. 사람들은 대통령과 함께 눈물짓고 함께 웃을 때 대통령과 현실 인식이 같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슬쩍 망가지면 더 친근하게 느낀다. 어두운 차림과 침통한 표정을 한 우리 대통령을 TV에서 보는 일도 달을 넘기고 있다. 지금은 '슬픔의 통로'로 대화를 해야 할 때다. 그러나 언젠가 그 끝이 오기를 기다리는 국민도 늘고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웃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는 말을 남겼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