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復活을 믿는 교회, 말의 신뢰부터 회복해야죠

하마사 2014. 4. 18. 19:21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
부활은 새 삶 얻는 기독교 최대 축복… 진실된 삶 전수되지 못해 신뢰 낮아
신앙의 유익함 누리는 한국 교회… 손해 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목사니~임, 보고 싶었어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로의 '굿윌스토어' 2층 작업장. 분주한 손길로 옷가지 등 물품을 정리하던 청년들이 홍정길(72) 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를 보고 반갑게 달려왔다. '굿윌스토어'는 발달장애 청년들을 고용해 쓸 만한 중고 생활용품을 정리·수선해 판매하는 곳. 홍 목사가 이들에게 얼마나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지 청년들은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개신교계에서 '복음주의 운동의 맏형'으로 불리는 홍 목사. 그는 남서울은혜교회 담임목사직에서 2년 전 은퇴한 후에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밀알복지재단, 남북나눔운동을 이끌며 장애인 자활 사업, 대북 지원 사업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부활절(20일)을 앞두고 홍정길 목사에게 예수 부활이 갖는 의미에 대해 들었다.


	장애인들이 중고물품을 정리·판매하는 서울 송파구‘굿윌스토어’를 찾은 홍정길 목사.
장애인들이 중고물품을 정리·판매하는 서울 송파구‘굿윌스토어’를 찾은 홍정길 목사. 홍 목사는“세상에서 돈, 권력, 쾌락을 좇지만 부활을 생각하면 영원의 시점에서 가치 있는 일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곧 부활절입니다. 기독교에서 부활 신앙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부활은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신앙 축복이자 영광입니다. 그런데 부활의 능력은 딱 한 곳에서만 드러납니다. 죽는 곳이지요. 예수님의 약속된 죽음과 부활로 크리스천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습니다. 이 사실을 믿게 되면 새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죽으려고, 손해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신앙의 유익함만 누리고 책임을 버리면 세속과 다를 바가 없지요. 한국 교회는 좀 더 손해 보는 일, 생명의 문화를 가꾸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손해 보는 일에 앞장서면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가 좀 높아질까요.

"지난 2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5점 만점에 2.62점)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독교의 신뢰도는 바닥인데, 선행(善行) 지수는 여러 종교 중 제일 높게 나왔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한국 교회에서 학교, 병원, NGO 같은 사업과 신학은 전수(傳授)되고 발전했지만, 삶은 제대로 전수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삶을 전수받아야 할 모델은 어떤 분이 있습니까.

"예수님과 닮은 분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손양원(1902~1950) 목사님입니다. 가난한 이와 한센 환자를 섬겼고 순교한 것도 그렇지만, 여순(麗順) 사건 당시 자식을 죽인 사람까지도 완벽하게 용서하고 양자(養子)로 삼았습니다. 손 목사님은 전 세계 기독교 2000년 역사로 봐도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한국 교회는 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말은 인격입니다. 말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올해 부활절은 '장애인의 날'(20일)과 겹쳤습니다. 목사님은 1997년 밀알학교를 설립하고 꾸준히 장애인 교육·자활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저는 장애인들의 순수함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하곤 합니다. 그들은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니라고 합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예수님은 장애인들의 요청을 거절하신 적이 없어요."

―1993년부터 남북나눔운동을 이끌면서 대북 지원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최근 무인기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됐습니다.

"저로서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갖다 줘야 하는 사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합니다. 하지만 통일 문제는 흥분보다는 작은 돌 하나씩 밑에 놓는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또 적어도 신앙인들에겐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말 냉수 한 컵 대접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홍 목사는 "부활을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영원의 시점에서도 가치 있는 것인지를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 세상에선 돈이 최고 가치인 것처럼 보이고, 권력과 쾌락을 좇지만 영원을 생각할 때 이런 것들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영원을 바라보고 살아야 합니다."

예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인터뷰를 가진 닷새 후인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수학여행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17일 오전 홍정길 목사는 통화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너무도 참담한 마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저부터 기도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은 가정에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조선일보, 2014/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