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잘나가는 사업가에서 목회자, 암 투병… 이재철 목사가 말하는 감사

하마사 2014. 3. 21. 19:00

 "癌과도 벗하는 지금,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죠"

 

"봄에 새순이 틀 땐 늘 아름답지만 올해는 풀잎 하나하나가 더 귀하게 보이네요. 허랑방탕하게 살면 인생이 찰나(刹那)지만, 진리를 따라가며 감사하는 길은 무한하고 영원합니다."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65) 목사는 "암이라는 '길벗'을 만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척한 얼굴과 몸매에서는 그가 지난해 6월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얼마 전까지도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과 나지막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이달 초 주일 설교를 재개한 이 목사를 만나 고통과 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회 뜰엔 개나리와 풀잎들이 새순을 틔우고 있었다.

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목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만큼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암이라는 길벗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순탄한 삶에 들이닥친 병마

그는 늘 '잘나갔다'. 올해로 창업 40주년인 홍성통상(현 홍성사)을 경영하던 시절 30대 갑부는 돈을 주체하지 못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허랑방탕하게' 밤마다 술집을 순례했고 성악을 전공한 아내를 술집으로 불러내 노래까지 시켰다. 1984년 어느 새벽, 만취해 귀가한 그는 우연히 아내의 일기장을 봤다. 자살까지 생각했던 아내는 "주님이 믿고 맡기셨는데 그래도 사랑해야지"라고 적었고 그 주위엔 눈물이 번져 있었다. '사랑'이 활자가 아닌 살아있는 실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건 하나님의 초대장이었다"고 했다. 사업도 기울고 있었다. 이듬해 만 36세에 신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건물 없는 교회'인 서울 송파구 '주님의 교회'를 개척해 약속대로 '10년 담임'을 마친 후 스위스 제네바한인교회 3년, 그리고 2005년부터 담임해 출석 교인 9000명에 이르는 100주년기념교회까지….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 '회복의 목회' '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 등 숱한 저서로 30대 목회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내 저자로 꼽히기도 했고, '주님의 교회' 시절부터 이어온 교회 재정 공개와 소득세 자진 납부 등은 한국 교회의 모범 사례로 칭송받았다. 그렇게 순탄하게 흐르던 그의 인생에 작년 4월 암이 들이닥쳤다.

감사

그러나 그는 수술 후에도 위험한 환자군(群)에 속한다. "암을 통해 감사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했다.

그에게 죽음이 실체로 다가왔던 것은 중학교 3학년 올라가던 봄방학 때.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배우 고은아씨를 비롯해 누나만 5명을 둔 막내아들에게 당시 죽음이란 삶과 멀리 있는 것,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님 은혜 속에 사는 이젠 죽음이란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원망이나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죽음이란 이 길에서 저 길로 다리 하나 건너가는 것일 뿐이고, 퇴장이자 등장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보다 열두 살이 더 많은 그는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와 달리 이성적 정신으로 인생을 정리하고 매듭지을 수 있는 점 또한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 세상의 감사는 상대적입니다. 100원 버는 사람이 150원 벌면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200원 버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되나요?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으로 절대 힐링이 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감사는 절대자와의 관계에서만 나오지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못 느끼고 있어서 그렇지 감사의 파이프, 메신저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해준 제 아내처럼요."

 

 

-조선일보, 20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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