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기타자료

공무원 시험

하마사 2013. 7. 26. 16:39

1977년 서울시가 여섯 차례나 시 공무원을 뽑았다. 툭하면 직원들이 떠나 채워넣기 바빴다. 8월 합격자 290명 중에 대졸자가 7.9%였다. 고졸이 74%였고 나머지는 초급대졸·중졸·국졸이었다. 9월엔 대졸 합격자가 4.6%밖에 안 됐다. 공무원은 보수가 박했다. '서정쇄신' 서슬도 퍼렇다. 기술직은 기회가 오기 무섭게 건설사로 옮겼다. 그해 서울시 직원 1800명이 이직했다. 시 규모는 팽창했지만 행정 일손은 항상 달렸다.

▶IMF 위기가 닥친 98년 정부는 공무원을 1605명만 뽑았다. 앞 해보다 절반이나 줄였다. 지자체도 채용 숫자를 크게 깎거나 아예 안 뽑았다. 민간 기업은 채용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흔한 데다 감원 바람까지 거세게 불었다. 그래도 기존 공무원은 무사히 자리를 지켰다. 안정적이고 신분 보장되는 직업은 공무원뿐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공무원 여성 채용 목표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여성 할당률이 직종에 따라 10~20%씩 됐다.


	만물상 일러스트

▶이듬해 서울 노량진 학원가엔 'IMF 취업난을 공무원 시험으로 넘자'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꽁꽁 닫힌 민간 취업 문에 매달리지 말고 공무원에 눈을 돌리라고 했다. 정부도 공무원 채용을 2050명으로 늘렸다. 경찰직·군무원·보건직·농촌지도·소방직을 잘게 쪼개 새 직종을 여럿 만들었다. 직종마다 시험 과목이 워낙 복잡해 정보에 어두우면 낭패를 봤다. 9급 공무원 1355명을 뽑는 데 7만명이 왔다. 그해 여대생 여섯이 "군필자 가산점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 이겼다.

▶내일 치르는 9급 공무원 시험에 20만명이 몰렸다. 1949년 첫 공무원 시험 이래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보다 30% 늘어 경쟁률이 75대1이다. 얼추 두 교실에 한 명꼴로 붙는다. 올해부터는 기존 공통과목 국어·영어·한국사 외에 고교 교과목 사회·수학·과학에서 둘을 선택해 다섯 과목 시험을 치른다. 고졸의 공직 진출을 북돋우려는 조치다. 지난달 7급 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113대1이었다.

▶김영삼 정권 초기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말이 돌았다. 공무원이 사정(司正)의 칼을 피해 납작 엎드린다고 했다. 골프 퍼팅이 짧으면 '공무원 퍼팅'이라며 놀렸다. 지금은 다른 세상이다. 청년 고용률이 60% 밑이다. 공무원 시험이 '바늘구멍' 된 지 오래다. 일단 붙으면 '평생 고용의 성채'에 들어선다. 해 있을 때 출퇴근하고 정년·노후 보장된다. 시샘할 뜻은 없다. 민간 기업에도 젊은이가 줄지어 도전하는 일자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