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꽁꽁 언 간첩 마음도 녹인 '수감자들의 어머니'

하마사 2013. 3. 11. 22:19

 

X

안동교도소서 22년째 봉사활동… 89세 박경례 할머니]
어머니 사랑 못 받던 재소자들, 따뜻한 편지·母情에 눈물쏟아
재소자들 "120세까지 사세요"

"어머니의 손에서 전해오는 따뜻한 정기를 느낄 때면 마치 저의 친어머니 손을 잡고 있는 듯합니다…머지않아 어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저의 고향에 갈 날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 안동에서 아들 올림"(2011년 11월 6일, 남파 간첩 출신 이성국씨가 보낸 편지).

경북 안동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는 박경례(89) 할머니에게 재소자가 보낸 편지다. 할머니는 22년째 안동교도소에서 재소자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할머니가 마음으로 낳은 자식들은 수백 명에 이른다. 우리 나이로 90세인 할머니는 지금도 몸소 교도소를 찾아가 수감자 63명을 정기적으로 면회한다.

교도소 수감자들의 대모(代母) 박경례 할머니가 지난달 21일 오후 대구 동구의 자택에서 수감자들이 보내온 편지를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대구에서 아귀찜 식당을 하는 둘째 아들과 함께 사는 할머니는 1992년 안동교도소를 처음 방문한 뒤 '여생을 수감자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다. "다들 부모 사랑을 받지 못했대. 내 비록 늙었지만 애들한테 모정(母情)을 가르쳐주자고 생각했지."

할머니는 지난 22년간 매달 재소자들에게 수십통의 편지를 써왔으며 지금도 다달이 70여통을 쓰고 있다. 할머니가 갖고 온 편지나 생일 카드를 받아들고 "처음 받아봤다"며 눈물을 흘리는 재소자도 많다. 재소자들 사이에서 할머니 편지는 '월급봉투'로 통한다. 다달이 받기 때문이다. 재소자들은 "어머니의 사랑은 무쇠도 녹인다"고 말한다.

북한 장교 출신 남파 간첩 이성국(52·가명)씨는 영등포구치소 시절 유명 목사들이 면담을 했지만 한 번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싸늘하던 그의 마음은 2009년 8월 교도소에서 할머니를 만나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면회할 때마다 밤새 고쳐 쓴 편지와 이씨가 좋아하는 옥수수를 건네주며 친아들처럼 대했다. 이씨는 1년쯤 뒤 "이제 어머니의 사랑이 뭔지 알 것 같다"며 할머니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 이씨는 지금 고혈압과 당뇨 등 합병증으로 오른쪽 몸에 마비가 와 면회가 금지돼 있다. 그는 지난 1월 1일 왼손으로 할머니에게 한 줄 편지를 썼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보고 싶어요."

할머니는 안동교도소 재소자들이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면 포항, 마산, 청송, 여주, 화성 등 어디든 달려갔다. 살인죄로 20년형을 선고받고 안동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포항으로 이감된 양모(48)씨도 2003년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인생이 달라졌다. 양씨는 할머니의 지원으로 방송통신대학을 3년째 이수 중이다. 할머니는 2010년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포항교도소로 이감된 양씨를 매달 찾아가 뒷바라지를 한다.

박 할머니는 2010년 심장수술을 한 데다 허리가 90도로 굽어 거동이 불편하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재소자들을 찾아갈 작정이다. 할머니는 "한 번은 교도소 직원한테 '몸이 불편해서 오기 힘들다'고 하니까 '머라카십니까, 할머니 안 오시면 난리 납니다. 쟈(쟤)들 할머니 120세까지 살라고 기도한다 캅디다'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조선일보, 2013/3/11

'설교 > 예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은 죽고 땅은 살고  (0) 2013.04.06
'엄마 퍼터'의 힘  (0) 2013.04.03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   (0) 2013.03.09
얼민의 교훈  (0) 2013.03.08
진정한 교육  (0) 201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