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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분노는 당신에게 돌아온다.

하마사 2013. 2. 21. 09:57

화를 많이 내면 뇌 세포 손상돼… 전염되는 분노로 사회는 험악해져…
15초만 참으면 분노 호르몬 소멸… 대화법·분노 조절 지혜를 가르쳐야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리 사회엔 '화'가 가득 차 있다. 많은 사람이 사소한 일에도 욱하고 짜증을 버럭 낸다.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해서 큰 사고를 저지르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국인들은 대개 우울하다든지 불안하다고 말하는데 한국인들은 "뚜껑 열린다" "열 받는다" "울화가 치민다" 등 분노 반응이 많다.

우리는 왜 화를 잘 낼까? 우선은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으니 그럴 때 분노가 잦다.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사람 사이의 접촉과 따뜻한 교감을 잃어버리게 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저성장 시대와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열심히 노력해도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이 충동적 분노로 표출된다는 진단도 내릴 수 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화는 몸과 마음을 망친다. 화가 나면 뇌신경이 흥분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흘러나온다. 그러면 심장은 더 빨리 뛰고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진다. 혈압이 높아지고 혈당도 올라가서 심혈관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기억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부위의 뇌 세포를 손상한다. 그 결과로 뇌 세포가 깨지고 뇌가 쪼그라든다. 분노에 맛이 든 사람은 점점 더 사소한 자극에도 신경계가 강하게 흥분한다.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의 조절 기능이 약해져서 갈수록 더 괴팍해지고 충동 조절을 못 하게 된다.

문제는 분노의 전염성이다. 분노는 자기보다 만만한 사람에게 흘러가서 그들을 전염시킨다. 조직의 리더가 화를 내면 부하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그들이 집에서 화를 내면 가정의 분노 지수가 높아진다. 집에서 열받은 아이들은 학원이나 학교에서 자기보다 약한 애들을 괴롭히거나 욕하고 쥐어박는다. 이런 식으로 분노는 전파되어 사회 전체가 험악해진다.

이제 생각을 바꿔보자. 화가 날 때 '이 상황이 내 건강과 삶을 바꿀 만큼 중요한가'를 생각해보자. 그럴 일은 별로 없다. 또 '화를 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방법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를 생각해보자. 밖에서 보면 안이 더 잘 보이듯, 남에게 조언하듯 자신에게 혼잣말을 해보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자꾸 화가 날 때는 우선 그 상황을 피해보자.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열 번만 심호흡을 하고 '내 뇌를 살리자'는 주문을 외운다. 15초만 지나면 분노의 호르몬이 대부분 없어지기 때문에 그 순간이 오도록 기다리면 된다.

어릴 때부터 자기 감정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분노 조절은 나와 남을 보호하는 '생존 기술'이다.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한다.

대화법도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토론이 없다. 국회에서 오가는 질의와 답변을 보면 검사가 죄인을 취조하듯 살벌하고 툭하면 언성이 높아진다. 편을 갈라서 죽일 놈 살릴 놈 하니까 유머나 조크가 설 자리가 없다. 가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입장이 다르더라도 차분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고, 누군가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면 이를 질책하지 말고 침착하게 들어주면 된다. 그렇게 경청하다 보면 분노할 일이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화는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분노라는 감정의 노예가 되면 그 순간에는 그게 꼭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대개 어리석은 본능이 부채질한 한순간의 실수일 뿐이다.

누구든지 분노할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 동안에,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분노하는 것은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 과도한 분노는 결국 자기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조선일보, 2013/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