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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학교 총기 난사범-범인은 컴퓨터 게임광에 은둔형 외톨이였다.

하마사 2012. 12. 18. 18:24

 

美 초등학교 총기 난사범 고교시절 게임 동호회 활동도
엄마는 종말론자, 범인은 전쟁게임 즐겨… 안 쏜 총알만 수백발

-잠든 엄마 얼굴에 총격
사격장서 엄마와 사격 연습… 최근 라이터로 팔 지지는 등 자기학대 이상행동 보이기도

-"경찰 출동 늦었으면 더 큰 참사"
탄창 2개 테이프로 묶어 쓰는 '정글 테이핑'으로 대량 살상… 복도서 경찰 마주치자 자살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학살범 애덤 랜자(20·사진)는 핵(核)전쟁 등으로 문명이 붕괴해 각자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 믿는 종말론자 어머니 아래에서 총과 함께 자란 컴퓨터 게임광(狂)으로 드러났다.

미 주류·담배·화기관리국(ATF)은 16일 랜자가 어머니 낸시 랜자(52)와 함께 여러 차례 사격 연습장에 다녔다는 점을 확인하고, 랜자가 사격 연습에 동참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랜자의 고모 마샤 랜자(57)를 인용, 낸시가 '생존주의자(survivalist)'였다고 보도했다. 생존주의자는 종말론을 믿는 이로 홀로 생존하기 위한 생필품을 비축하고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사람을 뜻한다. 실제로 낸시는 종말에 대비해 식량 등을 비축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기에 애착을 보이고, 아들을 데리고 사격장에 다닌 것 역시 이러한 믿음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네티컷 경찰이 여전히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의 정확한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나 살인 게임 등 '컴퓨터 게임광'이었던 랜자의 성향이 범행을 촉발한 한 이유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랜자가 넓은 집에서 혼자 폭력적인 전쟁 게임을 즐겼다고 보도했다. 그는 고교 시절 온라인 게임 모임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랜자는 고교 시절 칼·창 등의 무기로 대결하는 다이너스티 워리어(Dynasty Warriors)라는 폭력 게임을 즐겼다고 뉴욕데일리뉴스 등이 보도했다.

사건 조사관들은 그의 집을 수색한 결과 본체가 파손된 컴퓨터를 발견했으며 랜자가 부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랜자가 범행 당일 컴퓨터 게임의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랜자의 어머니 낸시는 사건이 일어나기 수일 전 친구에게 "애덤이 내게서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고 말했다고 뉴욕데일리뉴스는 보도했다.

특히 랜자는 최근에는 라이터로 팔과 발목 등을 지지는 등 자기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폐의 한 종류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졌으며, 고통을 인지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그의 정신적 문제에 관해 추가 확인을 거부했다.

희생자 상징하는 26개의 테디베어 미국 코네티컷주(州) 뉴타운의 한 길가에 마련된 총기 난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인근 마을에 사는 아바 스타이티(7)가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추모 공간에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사망한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을 상징하는 26개의 테디 베어 인형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머리가 좋았던 랜자는 16세이던 2008년부터 이듬해까지 2년간 인근 댄버리 소재 웨스턴코네티컷대학에서 6개 과목을 수강했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수강 과목은 웹디자인, 컴퓨터언어, 데이터모델링, 철학, 미국역사학, 경제학 등이었으며 평균 학점은 3.26이었다. 그러나 이 대학 관계자는 "랜자를 기억하는 교수는 없었다"며 "성적이 좋은 고교생이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범행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도 드러났다. 랜자는 샌디 훅 초등학교로 향하기 전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 낸시의 얼굴에 총격 4발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낸시의 시신은 잠옷 차림으로 발견됐다.

사건이 벌어진 샌디 훅 초등학교는 이번 학기 들어 오전 9시 30분 수업 시작과 동시에 자동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보안 문 시스템을 갖췄다.

외부인이 들어오려면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 내부에서 신원 확인을 받아야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랜자는 이 보안 문을 총으로 쏴 부수고 교내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랜자가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100발 넘는 총탄을 쏘며 26명을 살해할 수 있었던 이유도 확인됐다. 법의학자 웨인 카버 2세는 랜자가 30발이 들어가는 탄창 2개를 접착 테이프로 묶어 탄창 하나를 다 썼을 때 재빨리 새 탄창으로 갈아 끼울 수 있게 하는 '정글 테이핑' 기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총기 애호가들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랜자가 범행에 쓴 총기는 전쟁용 소총인 M16의 민간용 버전인 'AR15 반자동 소총'이었다. 그는 학교에 침입할 당시 다른 권총 두 정도 함께 지녔지만 권총은 단 한 번, 자신에게 쏠 때에만 사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AR15 소총이 '합리적 선택'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총기 소유 반대론자의 인터뷰를 전했다.

랜자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공개됐다. 가장 먼저 교내에 진입했던 경찰관은 "동료와 함께 수십m 떨어진 복도 반대편 끝에 서 있던 랜자와 마주쳤다. 우리를 발견한 랜자는 몸을 숙이고 교실로 들어갔고, 우리는 그 교실로 다가가던 도중 총성 한 발을 들었다. 우리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희생자들 시신 사이에서 숨져 있었다"고 CBS방송에 말했다. 랜자의 머리를 관통한 총탄은 교실 천장에서 발견됐다.

숨진 랜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탄창 여러 개에 총알 수백 발을 더 지니고 있었다고 경찰 당국은 공식 확인했다.

경찰 출동이 늦어졌으면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NBC 뉴스는 보도했다.

 

-조선일보, 201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