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이 부모에게 선언했다. "오두막집을 얻어 여자 친구와 함께 살 겁니다."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냈다. "절대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말썽꾼 아들은 집을 나가버렸다. 채식을 한다며 몇 주를 사과와 당근만 먹었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상대를 노려보는 기술을 갈고 닦았다. 밀밭에서 환각제에 빠져 살았다. "갑자기 밀밭 전체가 바흐를 연주했다. 내가 심포니 지휘자가 된 것 같았다."
▶'애플 제국'을 세운 스티브 잡스가 고3이던 1972년 모습이다. 그는 막돼먹은 악동이었다. 대학도 히피와 환각제로 이름난 리드대를 고집했다. 대학 때 친구 애인에게 "얼마를 주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첫 직장에는 장발에 맨발로 출근했다. 씻지 않아 몸냄새가 고약했고 회의실 탁자에 더러운 발을 올려놓기 일쑤였다. 끝까지 그를 내치지 않은 양부모와 첫 직장 CEO가 없었다면 잡스는 부랑자로 살았을지 모른다.
▶이탈리아 축구선수 마리오 발로텔리가 어제 '유로 2012' 준결승에서 혼자 두 골을 넣어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난 그도 소문난 악동이다. 상대 선수 얼굴에 태클을 했고 동료에게 다트를 던졌다. 여자 교도소에 차를 몰고 난입하고는 "그냥 둘러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흑인 이민자 아들은 인종 차별에 항의한다며 '왜 항상 나인가?'라고 찍힌 옷을 입고 다녔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은 발로텔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예선 때 그가 골을 넣자 선배가 달려와 손바닥으로 그의 입부터 막았다.
▶그는 '유로' 준결승에서 골을 넣은 뒤 윗도리를 벗고 맨몸으로 관중 쪽을 노려봤다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골을 넣고도 경고를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체질이다. 천부적 재능을 지녔지만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악마의 재능'을 가졌다고 말한다. 발로텔리에게 크로스 패스를 했던 카사노도 같은 별명으로 유명하다. 카사노는 "난 길거리에서 총소리와 경찰 사이렌을 듣고 자랐다. 팬의 야유는 두렵지 않다" "내가 은퇴해도 발로텔리가 있다"고 했다.
▶술 취해 반(反)유대인 욕설을 퍼부은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제작자 머리를 날려버리겠다"고 한 영화감독 팀 버튼, 코트 바닥에 테니스 라켓을 집어던진 수퍼 악동 존 매켄로…. 그들 곁에도 품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영점짜리"라며 발로텔리를 내쫓은 감독도 있었지만 지금 대표팀 감독은 그를 끝까지 끌어안고 믿어줬다. 우리 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도 악마의 재능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고 한다. 날뛰는 야생마를 길들일 줄 알아야 명마를 탈 자격이 있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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