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동도중학교 김화연(51) 교사는 교직 생활 21년 중 17년 동안 학생 생활 지도 업무를 맡았다. 올 새 학기부터는 3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대다수 교사는 될 수 있으면 생활 지도나 담임을 피하려고 한다. 자기 시간을 빼앗기고 부담만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생활 지도 교사와 마주치기를 꺼린다. 그런데도 이 학교 학생들은 김 교사를 무서워하기는커녕 '깃털도사'라는 만화 주인공 별명으로 부르며 따른다. 그는 점심 때 학생 식당에서 밥을 자주 먹고, 아이들과 1박 2일 야영을 간다. 학교에 안 나오는 결손 가정 학생의 집에 가서 라면을 함께 끓여 먹기도 한다.
김 교사는 "문제 학생도 보호받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그 나이의 아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선생님이 함께 있어 주는 것만도 그 아이들에겐 힘이 된다'고 믿고 있다. 김 교사는 많은 문제 학생을 상대하며 쌓인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이 생기기도 했다. 그는 혁혁한 공적을 세운 게 아니라 선생님의 본분을 다했을 뿐인 평범한 교사다. 지금 학교 폭력을 앓고 있는 학교에 꼭 있어야 할 선생님은 위대한 교사가 아니라 김 교사처럼 본분을 다하는 선생님이다.
조도(鳥島)는 전남 진도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조그만 섬이다. 그곳 조도고등학교는 교사 11명, 학생 22명의 초미니 학교다. 재작년 조연주(47) 교사가 부임하면서 학교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 교사는 조도고를 진도의 명문으로 키워보자며 교사들의 협조를 얻어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을 마련했다. 조 교사는 저녁을 굶고 공부하는 형편이 어려운 집안의 학생들에겐 집에서 김밥을 만들어 날랐다. 조 교사의 김밥 싸기가 알려지면서 학교는 쓰지 않던 창고를 고쳐 급식실을 만들고 교사들은 박봉을 쪼개 부식비를 마련했다. 조 교사는 방과 후엔 급식실 일을 도맡아 하는 '주방 아줌마'가 됐다. 진도군청 직원들과 주민들도 성금을 모아왔다. 조도고는 올 초 개교 30년 만에 사교육 한 번 받지 않은 김빛나양을 서울대 외국어계열에 합격시켰다.
학교 폭력으로 학교가 무너지고 교육이 위기라고 한다. 해결의 열쇠는 선생님들이 쥐고 있다. 제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본분을 다하는 선생님들만이 학교와 교육을 위기에서 건져낼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201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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