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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세속 일 취미 붙이면 세속의 종교 간섭 불러

하마사 2011. 12. 17. 10:52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15일 "2012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참된 일꾼인가를 선별할 기준을 마련하고 후보자들에게 정책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화위원회는 "특히 천주교 신자 후보에게는 사회 문제에 관한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올바로 알고 실천할 수 있는지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천주교 교단 내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주도했고 미사와 강론을 통해 신자들의 반대운동도 부추겼다. 일부 신부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도 앞장서 공사장에 드러눕거나 굴착기에 올라가 매달렸고 경찰관을 때리기까지 했다.

우리 헌법 20조 2항은 "국교(國敎)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치가 종교를 끌어들이면 나라가 분열되고, 종교가 정치에 발을 들여 놓으면 종교가 그 본질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근대 민주주의 역사 300년은 정치와 종교가 무분별하게 서로 몸을 섞었던 과거의 참담한 실패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지금 일부 신부들은 300년 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정의평화위원회는 그동안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그렇다면 총선·대선 후보를 검증할 때 그 잣대를 후보자들에게 들이밀겠다는 말이다. 종교인이 수자원(水資源), 국방전략, 통상정책, 전력 수급(需給) 같은 세속(世俗)의 일을 세속의 전문가들보다 얼마나 더 알겠는가.

특히 "천주교 신자 후보에게는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지 묻기로 했다"는 말의 뜻이 궁금하다. 종교재판의 정치인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선 낙선운동이라도 벌이겠다는 말인가.

세속의 사람이건 종교의 사람이건 아무 때고 어디에나 몸을 담그면 본인만이 아니라 그가 소속한 조직이 낭패를 보고 창피를 사게 된다. 종교와 정치의 경계선이 흐릿해질수록 나라는 정치를 그르치고 사람들은 참된 종교를 잃게 될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201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