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최후의 순간]
"카다피 살해 바란다" 클린턴 발언 이틀 만에…
군복입고 터번 두른채 도피, 발각 당시 두 다리에 큰 부상… 외신들 '피범벅' 동영상 방영
리비아 국민들 "그가 죽었다" 거리마다 쏟아져 나와 환호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카다피는 20일 리비아 시민군에 의해 발각될 당시 배수관 속에 숨은 채 "쏘지마! 쏘지마!"를 외쳤다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군 병사가 전했다. 당시 카다피는 혼자였고 카키색 군복을 입고 머리에 터번을 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시민군에 따르면 나토군은 이날 오전 카다피 친위군 차량 2대를 시르테 근교에서 공습했다. 카다피는 공습을 받아 이미 머리와 다리를 다친 상태에서 차량에서 빠져나와 배수관으로 숨어들었다. 시민군은 카다피가 숨어 있는 곳을 둘러싼 채 포위망을 점차 좁혀 접근하다가 카다피의 머리와 심장 쪽에 총격을 가해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BBC방송은 카다피가 시민군의 총격을 받아 응급차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고 전했으나 일부 외신은 그가 생포된 뒤 부상이 악화돼 숨졌다고 전했다.
- ▲ “카다피가 들고있던 황금권총” 리비아 시민군들이 20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가 소유했던 금 장식 총을 들어보이고 있다. 시민군은 이 총을 카다피가 체포된 장소에서 획득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카다피의 사망 소식에 리비아 국민은 환호했다. 트리폴리·미스라타·벵가지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리비아를 전격 방문해 "미국은 카다피가 생포되거나 살해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나토군의 '살해'를 용인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간 "카다피는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란 식의 우회적 표현을 접은 직설적인 어조였다.
시민군은 이날 카다피의 고향이자 최후 거점 시르테를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카다피 친위군을 태운 차량 40대가 시르테 서쪽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는 지난 8월 23일 시민군의 트리폴리 장악을 계기로 축출됐지만 이후에도 모습을 감춘 채 '결사 항전' 의지를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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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머리엔 총상 손엔 황금총… 리비아 과도委 "시민군이 사살"
무아마르 카다피(69)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자신의 고향이자 최후 거점인 시르테에서 살해됐다고 AFP통신이 20일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NTC 대변인은 "카다피가 시민군에 의해 살해됐음을 세계에 선포한다. 카다피가 최후를 맞은 지금은 전제정치와 독재를 종식한 역사적 순간이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카다피가 시민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전했다. 시민군들은 카다피가 머리에 총상을 입어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해 유포했다.
- ▲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에서 20일 심각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시민군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찍혔다. 카다피는 체포 당시 카키색 군복을 입고 터번을 두른 채 두 다리를 심하게 다쳤고 머리에도 총상을 입어 피투성이 상태였다고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 관계자는 밝혔다.(피투성이 사진은 게재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 흑백 처리 했습니다) /로이터 뉴시스
NTC측은 카다피를 체포했으며, 카다피가 체포 당시 황금으로 만든 권총을 든 채 카키색 군복과 터번 차림으로 두 다리에 총을 맞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배수관에 숨어 있다가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시민군을 향해 "쏘지마! 쏘지마!"를 외쳤다고 시민군이 전했다.
-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가 체포된 장소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구멍. /AFP 연합뉴스
카다피는 1969년 9월 쿠데타 성공 이후 리비아를 42년간 철권 통치했다. 반(反)카다피 시민군은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에 힘을 얻어 지난 2월 정권 퇴진운동을 시작했고 지난 8월 트리폴리를 함락시켜 사실상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카다피는 이후에도 은신 상태에서 저항을 계속했다. 카다피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반(反)인도주의 혐의로 기소돼 있다.
NTC측은 이날 카다피 체포 전 시르테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시르테 시민 10만여명은 시민군과 친위군의 격전이 계속되자 대부분 도시를 떠난 상태였다. 응급 의료진은 카디피 친위군들이 시르테에서 격렬히 저항했고 카디피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아부 바크르 유니스가 최후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201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