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려서 병치레를 자주 했다. 그러나 가족의 따스한 보살핌 속에서 자랐기에 커서도 어린 시절을 행복의 원형으로 여겼다. 어른이 된 그는 카스텔라 일종인 마들렌 과자를 먹다 어린 시절 고모가 홍차와 함께 건네준 이 과자 맛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나서는 소설을 쓰게 된다.
▶소파 방정환은 어린이가 이야기와 노래와 그림, 세 가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산다고 했다. 어린이는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도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왕자와 공주가 되기에 스스로 행복해진다. 어린이는 '갠 밤 밝은 달의 검은 점'을 '저기저기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라고 노래한다. 어린이는 어른 상투를 보곤 몸뚱이보다 더 크게 상투를 그릴 정도로 순진한 세상을 만든다. 소파에겐 어린이가 행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실제 어린이들은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며칠 전 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를 조사했더니 65.98점으로 OECD 국가 중의 꼴찌였다. 으뜸인 스페인(113.6점)보다 47.6점이나 낮고 OECD 평균(100점)에선 34점 모자란다. 행복의 필수조건에 대해 어릴 때는 '가족'이라고 답하지만 고3이 되면 '돈'이 선두에 오른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조사에선 '학원 다니기'가 늘 주범(主犯)으로 꼽힌다. 어린이를 노리는 흉악 범죄, 집단 따돌림, 외모 콤플렉스가 뒤를 잇는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부모의 과잉 기대나 가족 불화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부모가 서너 살짜리에게 영재교육 시킨다며 책만 읽혔다가 자폐증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사회가 받는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들도 짓누른다. 2년 전 소년조선일보가 초등학생들에게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것'을 물었더니 '부모님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바쁜 아빠도 아이들에겐 불만이다. 한 초등학생이 이런 시를 썼다. '엄마는 나를 예뻐하고, 냉장고는 내게 먹을 거를 주고, 강아지는 나와 놀아주는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행복한 어른이 아이와 대화도 잘 나누는 법이다. 어린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어른이 철부지처럼 신나게 구는 세상이 언제 가능할까.
-조선일보, 20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