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기독교자료

교회와 후계자

하마사 2011. 5. 4. 18:30

작년 10월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교회인 LA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창립자는 '불가능은 없다'는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로버트 슐러 목사. 수정교회는 자동차극장에 교회를 세우고 TV를 통해 예배를 보는 새 바람을 일으키며 한때 신자 1만명에 한 해 헌금 6000만달러를 자랑했다.

▶겉으로는 성탄절·부활절 같은 때 교회를 내세우는 행사에 너무 많은 돈을 쓴 것이 파산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교회의 가족 세습에 큰 원인이 있을 거라고 봤다. 슐러 목사는 2006년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며 아들에게 교회를 맡겼다가 다시 딸에게 넘겼다. 파산신청 직전 1년 동안 딸과 아들, 사위 등 가족·친지 23명이 교회 일을 하면서 180만달러의 급료를 챙기고 갖가지 탈세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도 슐러 목사나 복음전도사 빌리 그레이엄처럼 개신교 목사·전도사로 큰 업적을 쌓고 이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사례가 없지 않다. 신학대학을 만들어 아들에게 총장 자리를 물려준 오랄 로버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나님의 뜻을 펴는 공적(公的)인 일에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끌어들여 후임 목사를 뽑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여겨진다.

▶교회가 새 목사를 모셔 오는 과정을 청빙(請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후임 목사 결정이 전임 목사가 강력한 힘을 가진 가운데 개별 교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에선 교단이 나서 교회가 좋은 목사를 영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교회는 후보자의 과거 목회활동 경력이 교회의 전통이나 비전에 맞는지 따져 본다. 신도들 뜻을 모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모셔올지 말지 결정한다. 그러니 전임 목사가 자기 아들을 내세우거나 '나 떠난 뒤에 나를 잘 모실 사람인지' 헤아릴 틈이 별로 없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이 교회와 관련 재단의 모든 재산을 다루는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한다. 조 목사는 순복음교회를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신도 46만명의 세계 최대 교회로 키운 주역이니만큼 애착도 남달랐을 것이다. 조 목사의 은퇴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가족과 주변에서 도울 차례다.

 

-조선일보, 20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