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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스스로 개혁해야 산다

하마사 2011. 2. 17. 08:30

김성영 백석대 석좌교수·전 성결대 총장

최근 바로 직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역임한 중진 목사님이 돈을 써서 당선됐다고 고백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이 일로 한국 교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공개참회를 한 목회자가 비중 있는 개신교 지도자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한국 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최대 연합기관 수장 자리에 돈을 써서 당선됐다고 폭로했다는 점에서 교회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그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개신교계의 정치적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시각과 한국 교회의 환부(患部)를 도려내기 위한 고뇌 어린 결단이라는 관점이 엇갈리고 있다. 그 이유를 차치하고 성직자가 자신의 허물을 만인 앞에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용기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신학 교육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필자 또한 오늘의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데 원인을 제공한 종의 한 사람임을 고백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처럼 곤혹스러운 현실에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한국 교회는 이를 계기로 뼈를 깎는 각오로 진정한 개혁의 길로 나서야 한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et semper reformanda)." 어느 시대의 교회나 명심해야 할 16세기 종교개혁자 장 칼뱅의 경구(警句)다. 교회 개혁의 출발점이었던 칼뱅이 말한 것처럼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고 또 개혁돼야 한다. 고인 물이 썩듯이 부단히 개혁되지 않으면 교회는 썩고 부패하게 마련이다. 짠맛을 잃은 소금은 부패를 막을 수 없으며, 빛을 잃은 등대는 세상을 비출 수 없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는 어떠한가? 물론 절대다수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복음(福音)으로 사회를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이나 복지시설을 찾는 자원봉사의 주류가 교회요 크리스천이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아마존의 오지(奧地) 등 세계 곳곳에서 땅끝의 이웃들과 생(生)을 함께하는 개신교 선교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교회 지도부 일부는 중세의 교권주의자들이 교회를 지배한 채 개혁을 가로막았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즈음 교회 안의 폭력 사태나 연합단체의 금권(金權) 선거는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러면서도 회개하지 않고 스스로의 개혁을 거부함으로써 밖으로부터 교회를 파괴하려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안티(Anti) 기독교'의 악플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계속 영적인 자만에 빠져 무사와 안일, 교권 다툼과 세상 권력에 취해 있다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늦기 전에 한국 교회는 '미스바의 참회'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명심할 것은 밖으로부터의 교회에 대한 도전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이 땅에 세워진 교회는 자력(自力)에 의해 개혁되어야 한다. 중세 말의 종교개혁은 초대 교회의 전통을 잇는 안으로부터의 개혁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유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환골탈태하는 진통을 각오하고 개혁할 때다. 한국 교회가 더 이상 지체한다면 타력(他力)에 의한 도전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그 결과 교회가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고 세상에 소망을 주지 못할까 두렵다.

 

-조선일보, 20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