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밭에서 나온 도박 사이트 수익금 110억
큰 처남에게서 10억씩 10여차례 받아… 김치통에 2억~3억, 실리콘통에 3억~6억씩
나무를 좌표 삼아 현금 묻어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파묻어놓았던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을 수사중인 경찰은 2009년 11월 불법 도박사이트를 적발했던 충남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이씨 부부와 서울 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씨의 둘째 처남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재조사하고 있다.
◆안방 침대까지 쌓였던 현금
경찰이 사흘간 압수한 도박 수익금은 모두 5만원권 다발로 이뤄졌다. 경찰이 현재 보관 중인 현금은 모두 22만1455장. 10㎏ 사과박스 크기의 압수 상자 8개의 분량이다.
이씨는 2009년 4월부터 그해 11월까지 큰처남(48)으로부터 한 번에 10억원 안팎씩 10여 차례 돈을 받았다. 큰처남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혼자 또는 부부가 함께 인천·부천까지 가서 돈을 받아 왔고, 처남이 보낸 사람이 찾아와 종이 상자나 비닐 백으로 싸인 돈뭉치를 놓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거액의 뭉칫돈을 풀지도 않고 비닐 포장에 씌워 처음엔 냉장고용 김치통에 넣었고 나중에는 부피가 큰 실리콘 원통에 돈을 넣었다고 한다. 김치통엔 2억~3억원, 실리콘 통엔 3억~6억원씩 넣었다. 이씨 부부는 이 돈을 처음엔 아파트 베란다 옆 다용도실의 통 안에 넣어두었으나 금액이 많아지면서 돈다발을 안방 침대에까지 쌓아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너무 많아지면서 집안에 손님이 오면 불편해 수배중인 큰 처남과 상의해 밭으로 돈을 옮기게 됐다고 이씨는 진술했다. 이씨 부부는 작년 5월 김제 금구면 선암리의 밭을 매입해 이 돈을 파묻었다.
- ▲ 8개 박스 중 1개만 늘어놓아도 이 정도 - 11일 전북 김제 금구면의 이모(53)씨 밭에 묻혀 있던 현금다발 중 20억여원을 김제경찰서 수사관들이 펼쳐 보이고 있다. 경찰은 모두 합쳐 110억8000만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24개 플라스틱통에 돈다발 나눠 묻어
동네 사람들은 이씨 부부를 농사를 좋아하는 건실한 도시민으로 알고 있었다. 주민들은 "부부가 밭을 산 뒤 새벽 일찍 돌아와 밤늦게까지 삽을 들고 일했으며, 밭 한편의 컨테이너 박스도 쉼터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 부부는 밭 안쪽에 마늘과 파·상추를 심고, 가장자리에 소나무와 매실나무 등을 옮겨 심거나 자갈을 골라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나무를 좌표 삼아 현금을 묻고, 묻은 현금 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추가로 발견된 돈은 플라스틱통 24개로 나눠져 밭 가장자리에 묻혀 있었다. 경찰은 "낮에는 밭을 파고 새벽이나 밤에 현금을 묻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 10일 저녁 경찰이 굴착기를 동원해 밭을 파자, 그제서야 돈의 총액이 112억원쯤일 것이라고 실토하며 현금 통이 묻힌 위치를 종이에 상세히 그려 보였다고 한다.
이씨 부부는 밭에 파묻은 돈과 별도로 큰 처남에게 돈 관리비로 명절 등에 1억원, 5600만원 등 생활비를 받았고, 이씨 집 금고에서 압수된 돈 1억2500만원도 그 일부라고 진술했다.
-조선일보, 201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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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서버 두고 2년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형제는 탁월했다.’
치밀하게 조직을 구성했고, 곳곳에 바람잡이를 배치해 ‘고객’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형 이모(48)씨는 모든 사업을 총괄했다. 동생(44)은 공항을 부지런히 오가며 해외 사무실을 관리했다. 이들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지 2년도 채 안돼 최소 17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 7800만원이 그 일부였다.
◆불과 몇 억원으로 도박사이트 시작해 최소 170억원 벌어들여
11일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그 사이 현금을 인출한 돈만 170억원 상당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실제 더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홍콩과 미국 LA 등지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바꿨다. 중국 칭다오(靑島)에는 콜센터를 개설, 고객의 불만 사항을 접수했다.
직원 일부는 도박 사이트의 빈 방에 들어가 같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주임무였다. 이용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바람’을 잡는 것이다. 약 30여명에 달하는 직원은 촘촘히 피라미드 조직을 구성해 덩치를 키웠다. 추천 아이디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식으로 이들은 회원을 늘려나갔다.
이들 사이트는 ‘바둑이(카드게임의 일종)’와 ‘맞고’ 등의 게임을 제공했다. 배팅에 상한액이 없어 판돈이 컸다. 보통 동시 접속자가 수백명에 달했다. 이용자들이 현금을 입금하면 게임머니로 바꿔줬다. 게임머니 환전 대금이 1540여억원에 달했다.
수입은 게임 수수료로 벌어들였다. 게임마다 판돈의 일정액을 회사가 가져가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마다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 전북 김제경찰서. 불법인터넷게임 자금으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의 한 마늘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캔 110여억 현금다발. 모두 8개박스로 그중 한개만 개봉해 공개했다. 바닥에 깔려있는것만 20여억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111억여원이 마늘 밭에 묻히기까지
충남지방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이 도박사이트가 회원 모집을 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갔다. 형 이씨는 이를 눈치 채고 돈을 빼돌린 동시에 종적을 감췄다. 현재 수배 상태다. 동생은 2개월의 도피생활을 하다 2009년 4월7일 경찰에 붙잡혔다. 도박사이트 개장 혐의로 구속된 동생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내달 출소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 형제가 도박 수익금을 빼돌리기 위해 매형 이씨에게 2009년 4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거액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큰 처남이 주도해 밤과 새벽에 다른 사람을 통해 매형 가족에게 뭉칫돈을 건넸다”고 전했다.
매형 이씨는 5만원권 다발을 플라스틱 김치통 등에 담아 아파트 다용도실에 보관해오다가 작년 5월 사들인 김제시 금구면의 990㎡(약 300평) 규모 밭 여러 곳에 깊이 1m 구멍을 파고 묻었다. 이씨는 “집에 두기가 불안했고 은행에 맡겨도 추적당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돈을 5만원권, 2200여 묶음으로 바꿔 밭에 숨긴 이씨는 최근 4억여원을 파내 생활비로 쓰고, 처남들에게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꾀를 냈다. 올해 초 이 밭에서 작업했던 굴착기 기사가 돈을 가져간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굴착기 작업을 했던 안모(52)씨는 “최근 땅에 묻어둔 조직폭력배 자금 17억원 중 7억원이 없어졌다. 작업 중 보지 못했느냐”고 이씨가 채근하자, 억울함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저녁 밭 주변을 수색해 숨겨진 거액의 돈을 발견, 10일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씨가 쓰고 남긴 돈 24억여원을 압수했다. 이씨의 진술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밭 주변을 추가로 수색해 86억 6000만원을 발견했다.
-조선일보, 201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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