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정

'연세대 호킹'매일 통학시킨 어머니에게 명예졸업장

하마사 2011. 2. 22. 10:22

"아들 성적표 볼 때 가장 행복했어요"

 

'연세대 호킹'매일 통학시킨 어머니에게 명예졸업장
수업시간엔 복도에 ‘대기’
“명예졸업장은 가문의 영광… 나 졸업할 때보다 더 설레”

"숨만 쉬고 있어도 행복한 곳이었습니다. 떠나려니 마음이 허전하네요."

 

전신 마비 장애를 이기고 9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연세대 호킹' 신형진(28·컴퓨터과학과·사진 왼쪽)씨를 도와 함께 학교를 다닌 어머니 이원옥(65·오른쪽)씨가 28일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연세대 제공
아들 신씨는 태어난 뒤 7개월 때부터 온몸의 근육이 마르는 '척추성 근위축증'으로 목 아래가 마비됐다. 하지만 2002학년도 정시 특별전형으로 연세대에 합격했다. 이후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볼 때 안구 마우스를 사용해 '연세대 호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어머니는 한 학기 2~3개 과목을 듣는 아들을 데리고 거의 매일 학교에 다녔다.

이씨는 학교에서 이용할 휠체어와 가방을 넣기 위해 승용차를 9인승 승합차로 바꿨다. 이 차를 몰고 아침마다 서울 개포동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시켰다. 하지만 "아들이 학교 다니는 것을 행복해하니까 나는 힘든 걸 몰랐다"고 말한다.

아들이 수업 들을 때는 늘 복도에서 기다렸다. "원래 수업 중에는 문이 열리지 않잖아요. 형진이가 갑자기 숨쉬기 곤란할 때만 문이 열려요. 난 복도에서 계속 기도했죠. 저 문이 열리지 않게 해달라고. 어쩌다 문이 열리면 가슴이 '탁' 내려앉아요."

무려 9년의 재학기간 동안 어머니는 아들의 성적을 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성적표로, 요즘은 인터넷을 들여다보며 함께 학점을 확인한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어머니는 "몸이 멀쩡했던 나보다 아들 성적이 더 좋다"며 "기분이 좋아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재용 공과대학장은 어머니에게 주는 명예졸업장에 대해 "학적을 둔 적은 없는 분이지만 몸이 불편한 아들과 매일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 안 장애인시설도 많이 바뀌게 했고, 아들을 자랑스럽게 졸업시킨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명예졸업장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수십년 전 내가 대학 졸업장 받을 때보다 더 설렌다"고 했다.

아들은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귀면 좋겠다'고 농담하면 '난 이미 공부와 결혼했어'라고 할 정도로 열심"이라며 "요새 두꺼운 물리학 책을 사서 보고 있는데 앞으로 무얼 할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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