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마비 장애를 이기고 9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연세대 호킹' 신형진(28·컴퓨터과학과·사진 왼쪽)씨를 도와 함께 학교를 다닌 어머니 이원옥(65·오른쪽)씨가 28일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 ▲ 연세대 제공
이씨는 학교에서 이용할 휠체어와 가방을 넣기 위해 승용차를 9인승 승합차로 바꿨다. 이 차를 몰고 아침마다 서울 개포동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시켰다. 하지만 "아들이 학교 다니는 것을 행복해하니까 나는 힘든 걸 몰랐다"고 말한다.
아들이 수업 들을 때는 늘 복도에서 기다렸다. "원래 수업 중에는 문이 열리지 않잖아요. 형진이가 갑자기 숨쉬기 곤란할 때만 문이 열려요. 난 복도에서 계속 기도했죠. 저 문이 열리지 않게 해달라고. 어쩌다 문이 열리면 가슴이 '탁' 내려앉아요."
무려 9년의 재학기간 동안 어머니는 아들의 성적을 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성적표로, 요즘은 인터넷을 들여다보며 함께 학점을 확인한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어머니는 "몸이 멀쩡했던 나보다 아들 성적이 더 좋다"며 "기분이 좋아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재용 공과대학장은 어머니에게 주는 명예졸업장에 대해 "학적을 둔 적은 없는 분이지만 몸이 불편한 아들과 매일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 안 장애인시설도 많이 바뀌게 했고, 아들을 자랑스럽게 졸업시킨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명예졸업장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수십년 전 내가 대학 졸업장 받을 때보다 더 설렌다"고 했다.
아들은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귀면 좋겠다'고 농담하면 '난 이미 공부와 결혼했어'라고 할 정도로 열심"이라며 "요새 두꺼운 물리학 책을 사서 보고 있는데 앞으로 무얼 할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