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8일 4대강 관련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에 대해 "가슴 아픈 이야기"라며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는 북(北)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말했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 발언이 "골수 반공주의자 면모를 보여줬다"고 공격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곤란한 일이다. 그럼 사제단은 오늘의 북한이 국민이 희망에 부풀어 있는 나라이며, 자신이 믿고 싶은 종교를 믿을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종교인이 종교가 없고, 국민을 굶긴 채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고, 같은 민족 젊은이를 대포나 어뢰(魚雷)로 살상(殺傷)하고, 주민이 진실을 보고 듣지 못하게 눈과 귀를 가리는 체제를 비판하는 것이 어떻게 골수 반공주의라는 말인가.
그런 뜻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13일 이걸 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북한의 수령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북한 비판을 공격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 골수 친북주의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 것은 핵심을 찔렀다. 이 대표는 "(정의구현사제단은) 안방에서 활개치듯 안전한 서울광장 촛불시위나 앞장서지 말고 삭풍과 탄압이 휘몰아치는 광야(북한)로 나가라"며 "사제들이 정말로 하느님 말씀과 정의를 위해 순교(殉敎)할 용기가 있다면 그곳에 가서 정의를 구현하고 순교하라"고 했다. 많은 국민도 같은 생각이다.
4대강 개발은 찬반을 다툴 수 있는 사안이다. 김일성과 아들·손자 3대가 전 주민을 감시·통제·압박하고, 때로는 약식 재판으로 처형하는 지구 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동토(凍土)의 나라 북한을 비판하는 게 왜 사제단의 심기(心氣)를 그리 사납게 만든단 말인가.
정의구현사제단이 21세기에 3대 세습이 무슨 일이냐고 단 한 번이라도 김씨 왕조를 질책한 적이 있는가. 굶주림을 피해 국경을 넘다 잡혀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북한 동포를 위해 단 한 번이라도 촛불을 켠 적이 있는가. 북한의 핵무장·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을 단 한 번이라도 나무란 적이 있는가. 정의구현사제단이 이런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자신들의 모습이 지금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새로워져야 한다.
-조선일보, 20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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