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탈출의 만병통치약… 희망
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18)-알콜 중독[12] 치료 전략 [2010-02-12 06:45]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실제 알콜 중독자는 술을 끊더라도 외로움, 불안감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다 대인관계 갈등, 금주 후 불면, 신체적 통증 등을 경험하면서 다시 술을 마시기 쉽다. 다른 중독과는 달리 알콜 중독자들만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치료를 위한 기본 전략이 필요한데, 다음 몇 가지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1. 중독 상태의 인식
알콜 중독자는 자신에게 알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철저히 필요하다. 그들에게 중독의 인식은 사실상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이런 이유로 알콜에 대한 심각한 인식은 변화를 위한 일차적 과정인데, 이는 행동 변화를 위한 중요한 단계다. 상담에서도 내담자에게 확실한 인식이 일어나면 반드시 행동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인식 변화는 남여 차이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여자들은 남편이 여러 번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태도를 보고 남자들이 고집이 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집이 세다기보다는 정확하게 인지되지 않은 결과다. 여자들은 이를 고집이 센 것으로 혼동한다. 아내가 여러 번 말했는데도, 남편들이 어느 땐가 그런 중요한 일을 이제야 말하느냐고 억지를 부리는 때가 있다. 그제야 비로소 인식이 된 것이다. 대체로 남자들은 인식 변화에서 여자보다는 감각이 조금 무디고 늦다. 이는 남편들은 정확하게 인식만 하면 행동을 중단함을 뜻한다.
이런 인식의 원리는 특히 중독자들에게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들은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중단을 기대할 수 없다. 중독자들은 물론 인식된다 해도 자연스럽게 정상인처럼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의지가 작용하기 어려워 행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독자들에게 일반인의 배나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의지는 생명력을 의미하는데, 중독자들의 의지는 이미 정상 능력을 발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태다.
실제 그들은 맹목적인 의지에 압도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압도되거나 휘둘리는 현상은 보이지 않는 심리적 세력이 작용하는 것이며, 건전한 의지의 작용이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는 중독자들에게 내면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방해물이 되고 있음을 예로 들어야 한다.
알콜 중독자의 사고의 특징은 특이한 데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건강과 자기 주위의 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나, 가족과의 직접 감정적 교류, 그리고 그들의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무 비판적이다. 대개 자신의 문제는 덮어두고 남의 탓만 하려는 투사의 심리가 작용한다. 투사는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를 부정하고 합리화하려는 태도이자 행동이다. 이는 그들이 중독 증상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다.
중독자들이 술에 무기력하고 조절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함께 그런 비난으로부터 자신의 인정을 더욱 요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때 치료자는 치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중독자의 투사 현상을 전문가 시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겉으로 인정하고 유도하는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그들의 그럴 수밖에 없는 행동에 대해 심리적으로 일단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다음 술로 인한 신체적인 증상이나 뚜렷하고 객관적인 현실적 어려움을 중독자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치료에서는 중독자의 심리상태나 가족 간의 갈등, 대인관계의 문제를 다루는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자와 중독자와의 관계다. 중독자와 치료자의 유대관계는 신뢰감을 유발, 치료자의 조언을 수용할 능력을 향상시켜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이런 관계에서는 치료자가 중독자에게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그들을 위한다는 감정의 전달이 있으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중독자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게 하려면, 치료자가 덜 권위적인 태도로 중독자에게 접근하는 게 용이하다.
2.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
중독은 분명 심각한 질병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병리학에서는 환자가 질병을 인식하는 정도를 병식(病識)이라고 한다. 자신이 병들어 있음을 인정하는 문제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데, 중독자들은 특히 그렇다. 중독자들은 대체로 병식이 낮다. 병식이 낮을수록 치료가 어렵다.
정신병 가운데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신분열증은 병식이 낮지만, 강박증은 병식이 높은 편이다. 병식이 낮으면 치료에 소극적이거나 거부하지만, 높으면 치료 의지가 강하고 심지어 스스로 자원하여 치료받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알콜 중독이 병(病)이라는 사실과 어떤 특성이 있는지, 그리고 여기서 회복되는 유일한 길은 완전히 술을 끊는 것뿐임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그들에게 술을 끊고자 하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독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신체 및 심리적인 문제점에 대해 철저히 교육함으로써 깨닫게 해야 한다.
중독자들은 술을 많이 마시지만 알콜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알콜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은 중독자의 가족들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 그들은 중독자들로 인한 생활의 불편을 말하지만,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중독자 뿐만 아니라 중독자의 가족에게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심각한 중독 상태는 중독자 스스로 도저히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형편이기에 가족들이 도와줘야 하는데도 가족의 인식 여하에 따라 적극 도와주려는 입장과 그대로 방치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므로 전문적인 교육으로 알콜 중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와 달리 알콜 중독이 심각한 질병임을 중독자와 보호자가 인식하면 치료 의지가 생겨난다. 이런 상태는 치료에 적극적이고 협력적으로 임해 상당한 효과를 올린다. 치료 의지는 행동을 중단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 결과다. 이로써 불필요한 걱정과 갈등, 감정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고, 치료에 따른 목표와 우선순위가 정해지면서 순차적으로 치료가 원만하게 진행하게 된다.
질병 인식에서는 중독자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생각은 대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망상이다. 그들의 망상은 편견, 선입관 등이지만 때로 그런 것보다 믿음의 정도가 강하다. 틀림없이 자신의 생각을 틀리다고 인정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특성이 작용한다. 이를 바로잡는 데는 치료자의 기술이 요구된다.
덮어놓고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식은 반발을 일으켜 치료자의 건설적 견해를 거부하게 된다. 이런 입장에서 치료자들은 중독자들이 보통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른 체험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실제 그들의 망상적인 생각이란 반드시 쓸모없는 생각은 아니다. 그들이 올바로 소화시켜야 할 생각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를 남에게 투사(投射)해 마치 그 책임이 자신의 외부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현상이다.
이를테면 그들은 실제로 낮의 현실을 밤의 환상으로 대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중독자들이 그렇게 현실을 환상적으로 바꿔 생각해서 망상이라 부를 정도로 생각과 믿음이 굳으면 이론적으로 설득을 해도 쉽게 받아들이려 하거나 고쳐지기 쉽지 않다.
3. 자기 정체성 회복
자기 정체성 회복은 치료에 일차적이다. 자기 정체성의 회복은 사실상 중독으로 빠져드는 것과 비례된다. 중독자들은 중독에 빠져들면서 점차 자신의 정체성이 상실된다. 그런 점에서 중독이란 사실상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문제에 직면하는 문제다. 이런 점은 상담 장면에서 많이 경험된다.
자기 정체성 회복은 중독의 본질에서 이해된다. 중독이란 사실상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것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중독의 경험은 자포자기이고, 일상생활 환경에서 비정상적으로 드러나는 점에서다. 중독자들은 자기를 보호하고 방어하는 데 신경을 쓰기보다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더 찾는다. 자신을 보호하거나 방어할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의지하려는 심리는 물론 중독자들 뿐 아니라 힘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시각에서 중독자들은 결과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려는 관심을 일시적으로 포기한 것이 중독 상태가 됐다.
중독자들에게 자기 정체성 상실은 부끄러움과 자책감으로 이어진다. 중독은 꾸준하고 안정된 상태의 행동 양식이 아니며 대개 그 중요성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은 행복감을 일으키는 자극적 경험을 추구하지만, 그들은 행복감을 일으키기는 커녕 공황 상태와 자기 파괴성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중독적 행동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한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경험이 새롭게 일어나는데, 그들이 취하는 중독적 행동이 매우 특수한 것으로 오해된다.
이제 그들에게 중독의 경험은 매우 ‘특수한 것’으로 느껴져, 다른 경험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심리 상태로 본다면 기능적으로는 등가적 효과를 산출한다. 그런 이유로 하나의 중독에서 겨우 빠져나온 사람이 결국 다른 중독에 굴복해 새로운 강박적 행동 패턴에 고착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음주와 과다 흡연이라는 두 중독 행동을 결합할 수도 있고, 때로는 다른 중독의 열망을 지연시키려 다른 하나를 일시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이는 중독 행동이 때로는 부차적인 중독 또는 강박증이 핵심적인 중독을 뒤덮고 있는 식으로, 한 사람이 다른 심리구조 속에 겹겹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중독들이 기능적으로는 상호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무능력을 나타낸다.
4. 인식의 전환
인식의 전환은 그대로 치료의 일환이다. 이런 시각을 심리학에서는 인지치료라고 한다. 그러나 중독자들이 인식을 바꾸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수 년 동안 지내오던 생각, 그 생각이 자신의 삶을 이루어 온 바탕이 된다면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점은 비단 중독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오래도록 살아온 생각이라면 설령 잘못되었다 해도 바꾸고 싶지 않는 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상담 장면에서는 대개의 내담자들이 그렇지만 특별히 우울증 내담자들이 그런 편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인식한 후에도 그것을 쉽게 바꾸려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습관화된 경향이라고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이미 오래도록 익숙한 것에는 바꾸려들지 않으려는 묘한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치료에서 중독자들의 인식이 행동의 변화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깨우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들의 인식의 전환은 처음부터 이미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들은 변화하기를 원하면서도 내면으로는 변화를 원치 않는 측면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잘못된 태도나 행동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갑자기 그렇게 바꾸고 쉽지 않다는 식의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비단 우울증 환자들에게만 아니라 치료를 원하는 모든 내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된다는 점을 말하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상담의 현장에서 특히 치료를 위한 과정에서는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을 두고 필자는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교만이라고 부르고 있다. 치료는 사실상 그들의 이런 교만을 깨뜨리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기에 치료를 원하는 내담자가 단순히 전문가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나 발상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치료는 이들의 무조건적으로 저항하는 교만을 해소할 때만 시작되기 때문에서다. 이런 현상을 내담자들의 역설적인 측면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원리에서 중독자들의 태도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중독의 상태로 굳어진 점에서는 더 강한 부정성과 함께 심리적인 역동이 거세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독자들이 이처럼 변화하지 않으려는 심리는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는 데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변화를 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변화를 두려워하는 심리를 갖고 있다. 이들은 변화를 하게 되면 치료자에게 고마움을 금치 못한다. 이는 치료가 생각만큼 단순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치료에서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는 치료자들은 이런 점을 모르거나 쉽게 생각하고 있다. 이는 치료에서 경험이 요구되고 많은 치료의 경험이 있을수록 이런 방해적인 점들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치료자의 실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치료자는 이를 갑자기 그리고 단 번에 바꾸려하기보다는 서서히 점차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치료자는 중독자가 반드시 술을 마셔야만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술을 마시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므로 그들이 술을 마시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점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은 중독자들이 술을 마시지 않고도 감정을 조절할 수 있으며 생계를 위한 노력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에 상응하는 능력과 기술을 소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식의 전환은 실제적인 방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5. 삶의 방법의 전환
치료에 임하는 중독자들은 삶의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술을 마시며 살아가는 방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들의 삶의 방식이 갑자기 달라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라도 해야 한다. 그들의 삶은 상당한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정지하여 왔기에 일반적인 삶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은 그들이 이제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일상적 활동들을 냉소적 즐거움이나 심지어는 경멸감을 가지고 보게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느낌들은 때로는 역전되어, 중독적인 패턴에 대한 혐오로 변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불만은 중독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절망의 형태를 취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기에 중독자들이 이런 생각을 개선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는 치료에 효과적으로 임하거나 치료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치료에 임하면서 달라져야 하는 중독자들의 방법이란 정상적인 사람들과 동일한 수준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의 삶의 방법이란 그들이 생활패턴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올릴 수 있다. 개인의 삶은 대체로 상례화 되어 있어 그것이 되풀이되는 일정한 행동양식을 갖는다. 이런 특성은 일상의 되풀이되는 행동양식이 다시 삶을 재생산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 형태를 부여하기도 한다.
패턴(pattern)이란 단순히 매일의 생활에 질서를 주는 상례이며,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변경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마다 운동을 하던 것을 필요하다면 저녁으로 하는 식이다. 이런 특성은 그대로 습관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습관(habit)은 패턴과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습관은 엄격하게 말하면 심리적으로 더 구속력이 있는 반복적 형태로서, 그것을 바꾸거나 깨는 데는 특별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습관이란 ‘항상, 늘)이라는 단어로 기술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항상 여덟 시에 저녁을 먹는다”는 식이다.
이런 특성을 중독자들에게 적용하여 술을 멀리할 수 있는 생활방식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이는 술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것을 우선하는 삼는 생활방식이 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술을 중심으로 하여 살아나가는 방법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하여 살아나가는 방식을 의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바람직한 일을 위하여 일정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성취감을 맛본다거나 운동이나 다른 취미 등을 개발하여 살아나가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것은 노력하여 즐거움을 얻는 방식이므로 중독자에게는 작은 성취감과 함께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효과도 있어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발전시키는 것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삶을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대로 삶의 방법이 단순히 술 마시지 않고 살아가는 것뿐 아니라 술을 마시는 사회에서도 그에 대응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숙지하고 훈련하는 방식이 된다.
그 외에도 삶의 방식의 전환에는 더 기술적인 방식도 시도해가면 좋을 것이다. 그것은 이른바 대처 기술 훈련(skills training strategies)이 필요한 것으로 자기주장 훈련, 문제 해결 기술 훈련, 감정 조절을 위한 방법들을 통해 부족한 사회적 기술을 훈련하는 것이다. 중독자들은 의지가 약한 것이 그들의 가장 약점이기에 친구들이 권하는 술잔을 거절할 자신이 없을 뿐 아니라 거절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거절할 수 있는 자기표현 능력을 숙지해야 한다. 그들의 의지의 약함은 때로는 마음이 착한 것으로 오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런 것을 두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일 게다. 실제로 상담의 경험에 의하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그다지 악한 사람이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대개 소심하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긍정적인 인지의 시도
중독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새로운 생각이란 그들의 행동을 유발시키는 근본인 사고의 틀을 재구성(cognitive reframing)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인지행동 치료라고 부른다. 인간은 행동하기에 앞서 생각하는 존재이다. 생각은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이고 생각에 앞서 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감(五感)을 통하여 사물을 식별하는 판단, 즉 지각을 하게 되고, 그 지각을 거쳐서 인지를 하게 되는데, 이때의 인지는 그 사물을 보는데 자신의 생각을 가미시켜 어떻게 보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인지는 순전히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 즉 부정이냐 긍정이냐의 관점이 작용하여 얻은 결과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인지의 작용을 정보처리의 기능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중독자의 인지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생각을 다시 산출하게 되는 원천이다. 이때 중독자가 부정적으로 인지하면 당연히 부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긍정적인 인지를 하게 되면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고는 다시 행동을 유발하게 되는 원리가 바로 인지치료의 핵심이다. 이런 원리에서 중독자들은 자신의 술에 대한 버릇이나 술과 관련된 위험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중독자가 쉽게 술을 마시도록 유도하고 술을 마심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혹하는 원천이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중독자가 갖고 있는 이런 왜곡된 기본적인 인지의 틀을 바꾸자는 것이다. 자신이 신세를 많이 진 삼촌의 환갑날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삼촌은 술을 굉장히 좋아하고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잘 권한다고 생각하면 “술을 한 잔 할 수밖에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게 될 것이다. 이런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중독자의 핵심 신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긍정적인 인지의 시도란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생각의 태도를 이제는 바꾸어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하는 태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부정적인 인지는 중독자들에게 더욱 중독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인지는 일종의 강박적인 행동을 산출하게 만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강박행동은 의지력 하나만으로는 그만두는 것이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한 행동 형태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는 행동은 그들에게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긴장이 완화되는 경험을 가져다주곤 했다. 이런 점에서 강박행동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었다는 느낌과 결합된다. 이런 정도에 이르면 중독자는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중독자들 중에는 황홀경 비슷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수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안감이 고조되기 마는 것이다.
긍정적인 인지의 시도는 일단 달라질 수 있는 삶을 생각하는 것도 출발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도 긍정적으로 채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의 상태가 어렵다고 자신의 과거도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현재의 삶만이 아니라 과거도 송두리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은 상담의 장면에서 흔히 발견된다. 아마도 그들은 오늘의 이런 결과를 산출하는 것을 그럴 수밖에 없는 과거의 사건이 있었다는 식이다. 현재의 문제의 원인으로 과거로 돌리는 꼴이다. 그런 점에서 치료시에는 지난 과거는 모두 아름다운 것으로 좋게 색칠하자는 것을 강조한다. 지난 과거는 모두 그대로 아름다웠던 것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현재를 새롭게 바꿀 생각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과거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를 떠올리지는 말아야 하지만 그런다고 좋았던 과거를 모두 좋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생각의 정도를 넘어 현재를 부정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인지의 시도는 중독자들이 현재의 문제를 과거로 떠 넘기는 식의 태도를 중단하게 만들어 현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7. 균형적인 생활의 노력
치료에서 균형적인 생활이란 중독자의 삶을 균형 있게 조절하는 전략(life style balancing strategies)이다. 알고 보면 중독자의 생활은 사실은 생활의 균형을 잃은 결과일지 모른다. 그것이 중독으로 인한 특성이 생활의 불균형을 가져온 것으로 생각되기 쉬운 측면이 있지만 처음에 생활의 균형을 잃은 것이 중독으로 점차로 빠져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현대인들의 균형적인 삶이 정신의 건강을 보장하지만 균형을 상실한 것이 건강을 해치게 되는 점을 상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C. G. Jung)의 견해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칼 융은 모든 정신병을 “균형상실”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의 균형 상실은 본래 무의식과 의식의 불균형을 의도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원리를 확대하면 생각과 행동의 불균형, 현실과 이상의 불균형, 삶과 신앙의 불균형, 신체와 정신의 불균형, 더 나아가서는 가정생활과 교회생활의 불균형 등 다양한 측면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알콜 중독자는 이제 균형적인 생활을 시도해야 한다. 이런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아마도 피나는 훈련을 거쳐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균형적인 생활로 유도하거나 그런 의미를 가지는 쪽으로 지향하려는 노력은 처음의 단추를 잘 끼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그 일환의 하나로 중독자에게는 자신 만의 생활의 전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생활의 전략이란 일단 신념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야 한다. 이러한 신념에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가급적이면 긍정적인 신념이 도움이 된다.
그러기에 일단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중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일을 마치고 혼자 누워 있으면 이혼한 아내와 아이들 생각이 나고 외로우므로 가급적이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인다, 사업하는 경우라면 사업상 도저히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으므로 음주가 불가피하다면 직업의 전환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독자가 되어 자신을 파멸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것보다는 더 낫기 때문이다. 항상 우울한 기분이고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셔 왔다면 정신과 진료를 통해 우울감과 수면장애를 해결해야 한다.
치료를 위한 기초 작업에는 대개 중독자의 심리적 준비로 이루어지는 편이다. 중독자의 심리는 치료에 크게 작용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준비를 철저하게 할수록 치료적 효과는 높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치료란 대개 약물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독자의 생각이나 마음의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약물을 통한 심리적 치료인 것이라면 실제로는 심리적 치료가 전부가 될 수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지 모른다. 다만 이런 심리적 변화를 위해서는 인체의 특성에 좌우되는 의학적 처치를 사용하여야 훨씬 쉽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8. 결론: 결국은 ‘결핍’의 문제…
이상에서 우리는 치료의 기본적인 전략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이런 전략은 치료의 기본이면서도 치료 후에도 여전히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특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님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거기에 만병통치약 같은 방법은 혹시 있을까? 하는 의문이 치료자를 엄습하기도 하여 때로는 도저히 치료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미 무너져버린 건물을 다시 파괴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세우는 일이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는 점에서다.
그래도 치료자는 중독자들이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치료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삶에서는 언제나 기적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런 기적은 치료자의 기술이나 생각을 뛰어넘어 일어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스팔트를 뚫고 봄의 새싹이 나오는 자연의 신비를 마음에 간직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임상의 경험에 의하면 도저히 될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 치료되는가 하면 금방이라도 치료될 것 같은 사람이 전혀 치료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치료는 그저 치료자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는 마음으로 감당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점을 목회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면 매우 어렵기도 하고 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전문적인 기술, 의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치료한다고 생각하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지만 그들의 중독의 현상은 결국에는 “심리적 결핍”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면 전문적인 기술을 능가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들은 내면에는 아무도 인정하거나 알아주지 않는 허탈감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중독이 된 상태를 더 많이 이해하고 주변사람들이 그를 인정하지 않는 문제들을 수용하고 격려하는 쪽으로 지속해간다면 의학적인 기술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심리적인 존재이고 가장 깊은 곳에는 영원을 희구하는 마음이 있으며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그런 존재로 수용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가진 존재이다.
지금 그들이 이런 점에 가장 최우선적으로 돌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영혼을 돌보는 목회적 태도가 될 것이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리스찬투데이, 20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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