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전주 시민들에게 천사는 훨씬 더 큰 선물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가 남긴 상자 안에는 100장씩 묶은 5만원권 10다발, 100장씩 묶은 1만원권 30다발, 26만5920원 상당의 동전으로 가득 찬 저금통 2개 등 총 8026만5920원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모도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보낸 정성은 1억 6000만원이 넘는다. 28일 오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한일수 동장(오른쪽)과 직원이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낸 돼지저금통에서 동전을 꺼내고 있다.
- ▲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2009/12/2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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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만원 쾌척..10년째 한결같은 선행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000년에 처음으로 성금을 전달한 이후 꼬박 10년째 이어진 선행이며, 올해는 8천만원을 넘는 역대 최대액을 쾌척했다.
28일 전주시 노송동사무소에 따르면 40대로 짐작되는 한 남자가 이날 오전 11시55분께 전화를 걸어와 “동사무소 인근 세탁소 옆의 공터에 가 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그의 말대로 공터에 달려가 봤더니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 쪽지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가 놓고 간 돈은 돼지저금통에 담긴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26만5천920원과 1만원권 및 5만원권 현금 8천만원 등 모두 8천26만5천920원.
지금까지 그가 전달했던 성금액 가운데 최고액이었던 작년의 2천38만원보다 4배 가량 많은 큰 금액이다.
쪽지에는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동사무소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두루 살펴볼 때 지난 9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잊지 않고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간 한결같이 이어지게 됐다.
그는 성탄절을 전후해서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모두 8천100여만원을 전달해 왔으며 이번 성금을 합하면 기부액이 1억6천만원을 넘는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신원은 여전히 안갯속에 남아 있게 됐다.
다만, 쪽지 내용으로 볼 때 성금은 어머니가 어렵게 모아 물려준 유산에 자신의 정성을 보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리고자 지난 22일 천사가 성금을 전달하러 오고 갔을 노송동사무소 일대 도로 이름을 ’얼굴 없는 천사의 도로’로 정한 데 이어 조만간 그가 성금을 주로 놓았던 동사무소 옆 화단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일수 노송동장은 “그의 선행이 시민 모두에게 따뜻한 정과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기에 올해도 꼭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시민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성금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2009/12/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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