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수 변호사, 5년간 틈틈이 공부… 미(美)대학 석·박사 통합과정 입학
선친 뜻 따라 판사 생활 이젠 자신의 꿈 이루려…
서울지방법원장을 지낸 원로 법조인 강봉수(66) 변호사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소년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연봉 수억원의 대형 로펌 고문 변호사 자리를 박차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강 변호사는 오는 9월 10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 가운데 하나인 UC머시드(Merced) 대학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해 '물리학도 강봉수'로서 '인생 2막'을 살아가게 된다. 강 변호사는 26일 출국 직전까지 법조계 선후배들은 물론 로펌 변호사들에게도 유학 사실을 비밀로 했다. 부인 이상순(65)씨와 장성한 1남1녀는 물론, 로펌 비서와 친구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렸다.
그와 절친한 지인은 "강 변호사가 '청주고 재학 시절 이과반이었는데 물리학을 공부해 노벨상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며 "같은 청주고에서 화학교사로 봉직하던 선친이 '성적이 우수하니 법관이 되면 좋겠다'고 권해 할 수 없이 길을 돌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 ▲ 서울지법원장을 지낸 강봉수 변호사가 소년 시절의 꿈인 물리학 공부를 위해 대형 로펌 고문 변호사 자리를 박차고 26일 미국 유학을 떠난다. 그는“공부를 마치고 와서 얘기하자”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사진은 지난 2000년 7월 법원을 떠날 때 찍은 것이다.
이후 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군법무관을 마치고 1972년 대구지법 판사로 부임해 2000년 은퇴할 때까지 28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판사 시절 그는 '아름다운 법관'으로 불렸다. 그는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위해 '판결문 쉽게 쓰기' 운동을 벌였다. 공직자 재산 공개 때마다 고위 법관 중 '재산 하위권'이었으면서도, 독지가 2명이 낸 후원금에 사재를 보태 1991년부터 18년간 경기도 여주에서 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그룹홈'을 운영해왔다. 부인이 원장을 맡아, 부부가 함께 중고 봉고차를 사서 시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도 가고, 피서도 다녔다.
지난 2000년 서울지법원장을 끝으로 판사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긴 강 변호사는 5년 전부터 물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이제는 내 오랜 꿈을 이루고 싶다'며 틈틈이 시간을 내서 남들 모르게 토플 공부를 했다. 물리학 책을 탐독하며 기초를 쌓고, 국내 대학교수들에게 실험 지도와 개인교습도 받았다.
강 변호사는 지인들에게 "꼭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가져 왔던 물리학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미국 유학 결심을 굳힌 강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영어시험 성적표와 각종 서류를 묶어 여러 대학에 지원서를 냈다. 그러다 지난 4월 UC머시드에서 '물리학 석·박사 통합과정'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가족들과 지인들 앞에서 "설마 정말 붙을 줄은 몰랐다"고 기뻐했다고 한다.
그는 로펌 고위 관계자를 찾아가 흔쾌한 얼굴로 조용히 사표를 냈다. "내가 떠날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학 사실을 눈치 챈 비서에게도 "누가 물으면 그냥 '모른다'고 하라"고 부탁했다.
로펌 고위 관계자는 "정년(70세)이 4년이나 남아 있는 분이 젊은이도 하기 힘든 물리학 공부를 하러 간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로펌을 그만두기 전날인 22일 밤 10시쯤, 지인을 만나고 퇴근하던 강 변호사는 서울 광장동 자택 앞에서 저녁 내내 기다리던 기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는 신입생 처지라 자랑할 거리가 못 되고, 기삿거리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소년처럼 쑥스러워하는 얼굴로 "4~5년 뒤 졸업장을 따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2009/6/26,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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