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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티보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씨

하마사 2008. 11. 17. 07:03
단칸방 역경 딛고 세계 정상급 콩쿠르에 '우뚝'
롱 티보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씨
해외유학 안 간 '순수 국내파'
스승인 김남윤 교수가 10년간 수업료 안받고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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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1·한국예술종합학교)씨가 16일(한국시각) 프랑스에서 폐막한 롱 티보(Long-Jacques Thibau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43년 창설된 이후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는 이 콩쿠르는 2001년 피아니스트 임동혁씨가 우승해 우리와도 친숙한, 세계 정상급 경연 대회다. 신씨는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인 데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 우뚝 선 것이어서 국내외 음악계에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한국인 우승은 처음이며, 신씨는 리사이틀상과 오케스트라상 등 특별상도 함께 받았다. 올해 2위 수상자는 없었다. 심사위원인 명 바이올리니스트 살바토레 아카르도는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2위 입상자가 왜 없는지는 청중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정작 1등부터 불어로 발표하는 바람에 너무나 놀라서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다"며 웃었다.

언니 신아라(25)씨와 함께 '자매 바이올리니스트'로도 유명한 신씨는 바이올린을 배우는 언니의 모습이 부러워 어머니를 졸라서 3세 때부터 악기를 배웠다. 하지만 사업 실패로 가세(家勢)가 기울었고, 어머니 나명숙(47)씨는 전북 전주에서 "방문 판매부터 광고 판촉까지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 나씨는 "남들은 '딸 둘이나 바이올린을 시키니 부럽다'고 했지만, 정작 온 가족이 부엌도 없는 방에서 함께 살아야 할 정도로 형편이 넉넉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진학한 뒤, 주말마다 아침 6시 첫 차를 타고 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 바이올린 수업을 받고 밤 11시 막차를 타고 다시 새벽 2시에 전주로 내려왔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서 연습하기 위해서였다. 스승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교수는 10년간 수업료 한 번 받지 않고, 자신이 쓰는 악기를 빌려주며 이들 자매를 가르쳤다. 어머니 나씨는 "선생님께 찾아가서 미안해할 적마다 '이 아이들은 내 딸'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신현수씨는 14세 때인 2001년 대한민국 청소년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01년 영국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 주니어 부문 2위 ▲2004년 이탈리아 파가니니 콩쿠르 3위 ▲2005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3위 ▲지난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5위까지 차츰차츰 경력을 쌓았다. 어머니 나씨는 "언니와 동생이 번갈아 가며 콩쿠르에 출전했다. 언니가 받아온 상금으로 동생이 다음에 나갔고, 동생이 탄 상금으로 언니가 그 다음에 출전해야 했다. 혹시라도 상금을 못 타면 그걸로 다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전주예중을 졸업한 뒤 고교 1학년 때 곧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 지난 2월 졸업했다. 내년에는 석사에 해당하는 전문사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어머니 나씨가 유학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딸은 "내가 서있는 이 자리가 바로 명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신씨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수상자 기념 콘서트에서 콩쿠르 결선 곡이었던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조선일보, 200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