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정

아, 아버지

하마사 2008. 9. 12. 16:31

           아, 아버지!

 

자폐 아들 구하려 바닷속에서 12시간 동안 표류

           영화 속 대화 떠올리며 아이와 대화… 함께 구출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월터 마리노와 아들 크리스.
월터 마리노(Marino·46)는 칠흑 같은 대서양 바다 위에서 아들 크리스(12)가 파도에 밀려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구명조끼도 없이 아들과 함께 표류하길 4시간째. 자폐증을 앓고 있는 크리스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 가까이 오라고 할 수도 없었다.

거리를 좁히려고 마리노는 아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영화 '토이 스토리(Toy Story)' 속의 주인공이 즐겨 하는 대사 "무한히(to infinity)"를 외쳤다. 그러자 아들은 명랑하게 다음 구절인 "그리고 그 너머(and beyond)"라고 답했다. 다른 대화는 불가능했다. 마리노는 이후로도 한 시간 동안 "무한히"를 외쳤다.

마리노는 6일 저녁 아들 크리스, 딸 안젤라와 함께 미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로 놀러 갔다. 오후 8시쯤 평소 물을 좋아하던 아들이 물에 뛰어든 뒤 육지에서 멀어지자 마리노는 아들을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너머"를 외치는 아들의 목소리를 향해 열심히 헤엄을 쳤지만 대서양의 물결은 점점 부자(父子) 사이를 갈라놓았다. 한 시간 뒤인 7일 오전 1시쯤 아들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아버지는 절망했다. 그 역시 5시간의 헤엄으로 탈진했다. 마리노는 "포기하려던 순간 이제 갓 댄스 수업을 시작한 딸 안젤라가 오빠와 아버지를 한꺼번에 잃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바다에 뛰어든 지 12시간 만인 7일 오전 아버지 마리노는 해안에서 약 13 km 떨어진 지점에서 어선에 발견됐다. 그러나 해안경비대 선박에 옮겨 탄 마리노는 후송을 거부했다. 아들의 구조작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2시간 뒤 경비대원들이 선실의 마리노를 불렀다. 그는 "아들의 시체가 발견됐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갑판까지 올라가는 세 걸음이 '그린 마일(Green Mile·사형수가 처형장으로 향하는 길)'과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곧 아들이 탄 헬기를 보고는 배 위의 모든 경비대원들에게 일일이 키스를 했다.

10일 탈수증 치료를 마치고 아들과 딸, 아내와 함께 미 NBC TV '투데이'에 출연한 마리노는 "크리스가 나의 영웅" 이라고 말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크리스는 표류하면서도 마치 바다 위로 모험을 떠난 듯 계속 웃고 있었다"며 "덕분에 나 역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리노는 CNN 방송에 "아들은 다행히 자폐증 때문에 공포를 느끼지 않았고,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배영을 하면서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아들이 여전히 물을 좋아한다는 점"이라며 "크리스는 벌써 다시 풀에 들어가 논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9.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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