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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마사이 원주민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 나는 기가 막혀서 움직이기는커녕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구나!’ 사람이 사는 모습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동물과 똑같았다. 소똥으로 만든 집에서 살고, 파리 떼가 꼬인 썩은 우유를 마시고, 소의 피를 마셔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아프고 저려와 그냥 있을 수가 없어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왜 제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십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로 돌아와 강단에 엎드려 기도하던 가운데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안찬호! 아프리카로 가라.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곳이 있다. 그곳에 가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위해 일해라!” 나는 주께 내 생각을 여쭈었다. “저는 탄광촌에서 새까만 얼굴의 아이들을 돌보고 싶은데요.” 주님이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훈련시킨 40년은 오늘 너를 들어 쓰기 위한 것이었다. 탄광촌 아이들은 비누로 씻으면 깨끗해지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은 비누로 씻어도 여전히 까맣다는 것을 잊지 마라.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내 말을 들려줄 자가 없느니라.” 나는 “아멘!” 하고 대답했다. (본문 97-99쪽)
●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엉겁결에 성경책과 설교 노트를 덮은 나는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성도들은 내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자리에 앉아 찬양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차 안에서 그 광경을 목도한 나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 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그들 앞으로 돌아갔다. 미안한 마음에 슬며시 자리에 앉으려는데, 추장이 앞으로 나오더니 나를 일으켜 세우고 성도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이 맞지요? 안 목사님은 기적을 몰고 오는 분이라고 했잖아요! 이렇게 맑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이것이 바로 안 목사님 덕분에 받는 축복입니다. 우리 모두 이대로 비를 맞읍시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안 목사님을 우리의 추장으로 모십시다!” 성도들은 일제히 “옳소!”를 연발하며 환호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는 비를 피하려고 애썼던 졸장부에 지나지 않았다. 예배가 끝난 후, 추장에게 물어보았다. “어째서 예배 도중에 비가 내리는 것을 축복이라고 합니까?” “예로부터 귀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마을에 오면, 하늘이 영광의 뜻으로 비를 내려줍니다. 바로 오늘처럼 말입니다.” 물이 귀해서 내가 멋모르고 뱉은 침이나 눈물에도 감동했던 그들이다. 그런데 비가 내린 것이다! (본문 28-30쪽)
● 기도를 마치고 막 돌아서려는데, 조그마한 마사이 어린아이가 내 뒤에 서 있어서 순간 움찔했다. 냄새를 풍기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엉망 그 자체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이러한 모습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그날 아침에는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났다. 어느새 어린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신경질적으로 문을 꽝 닫고 들어오는데, 아내가 얼굴을 내밀며 찾아온 이가 누구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새벽부터 찾아와서 귀찮게 굴잖아. 뻔하지, 뭐. 또 도와달라는 거겠지.” 그러나 사실 그 아이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아이의 마음을 나름대로 추측한 것이요, 나 혼자 지어낸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누군데 그래? 어디 보자”라며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아니, 조프리잖아? 조프리, 너 어떻게 이른 새벽부터 여기에 왔니?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아내는 상냥하게 물었다. “집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다만 아버지가 이것을 목사님께 가져다드리라고 하시면서, 오늘이 아빠 생일이니까 시간 있으면 염소 고기를 드시러 집에 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아이는 우유 한 병을 내밀었다. 나는 어린아이가 귀한 우유를 가져온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내가 본 것은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거지 같은 아이의 겉모습뿐이었다. 나는 아이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우유병을 내밀며 말했다. “이것은 목사님 것입니다. 아빠가 목사님께 빨리 가져다드리고 해서 왔는데…” 나는 매우 부끄러웠다. 아내는 가려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따뜻한 우유와 빵을 내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빵을 절반 정도 남기더니, 주머니 속에 넣는 것이 아닌가? “제 동생이 많이 아파요. 빵을 먹는데, 동생 생각이 났어요. 사실 목사님께 드린 우유는 동생 몫이었는데, 아빠가 목사님께 드리라고 해서 가져온 것이에요.” 순간 나는 숨이 콱 막혔다. (본문 115-11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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