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정

완도 감동시킨 베트남 출신 효부

하마사 2007. 10. 12. 07:23

[반딧불] 완도 감동시킨 베트남 출신 효부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대성병원. 이곳에 윤금자(여·67)씨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있다. 2004년 겨울 어느 날, 남편(최정태·69·어부)과 함께 낚싯배를 탔다가 바다에 빠지는 사고로 지금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의 곁을 22개월째 지키며 돌보고 있는 젊은 여성이 있다. 베트남인 트란 트빗(25)씨. 한국에 시집와서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그녀의 ‘효심’이 완도 주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05년 말 결혼한 트란씨는 아직 단꿈에 젖은 신혼 기간이지만 시어머니가 계신 병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물수건으로 시어머니의 얼굴을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 ▲ 베트남인 트란 트빗(맨 오른쪽)씨가 2005년 말 결혼식 때 남편 최복수(맨 왼쪽)씨, 시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당시 시어머니는 낚싯배를 타다 바다에 빠져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최복수씨 가족 제공

    남자만 있는 시댁의 식사·청소·빨래도 그녀의 몫이다. 남편 복수(38)씨와 시동생 복기(37)씨 모두 낮엔 바다에 나가 일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란씨는 한번도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고 한다.

    복수씨가 아내를 찾기 위해 베트남에 간 것은 2005년 10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결혼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복수씨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챙겨 가 80여 명의 베트남 여성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지금 어머님께서 투병 중이시다. 수발을 들어야 하는데 시집 와서 후회하지 않고 잘 살 수 있겠는가?” 모두가 고개를 돌릴 때 선뜻 사진을 쥔 이가 트란씨였다. 그는 “그때 복수씨 눈빛이 너무 간절해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트란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병원부터 찾아 시어머니를 돌봤다. 가족들은 ‘처음이니까 저렇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짜증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가고 1년이 지나도 트란씨는 늘 같은 모습이었다. 트란씨의 동서인 최옥민씨는 “작은 어머니가 그렇게 되고 나서 집안이 많이 흔들렸는데 대들보가 들어선 느낌”이라고 했다.

    고향이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에 트란씨는 서투른 한국말로 이렇게 답했다. “제가 없으면 여기, 힘들어서 안 돼요. 저, 복수씨랑 시부모님 사랑해요.”

    트란씨의 시아버지는 “한국인 며느리 10명을 가져다 주어도 우리 며느리와 안 바꾸지”라며 웃었다.

  •  

    -조선일보, 2007/10/12

    '가정 > 가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엄마의 편지  (0) 2007.11.10
    아내와 남편을 감동시키는 말  (0) 2007.10.19
    가시고기의 부성애  (0) 2007.10.11
    결혼 3시간만에 하늘나라로  (0) 2007.10.11
    자녀를 망치는 10가지 비결  (0) 2007.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