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자기관리(리더십)

내 이름 석자가 브랜드

하마사 2007. 8. 30. 17:56
내 이름 석자가 ‘브랜드’

 

  • 최인아 제일기획 전무·광고 카피라이터
    입력 : 2007.08.19 22:40
    • ▲ 최인아 제일기획 전무
    • 청년 실업률이 8%에 달하고 청년 실업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옥 같은 고3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해도 4년 후 또 한 번의 취업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면 바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요즘 세태라 하던가.

      그러나 취업이 어렵다고는 해도 매년 일정 수의 젊은이들이 학교와 가정의 품을 벗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간 나는 20년 넘게, 회사의 선배로서 신입사원들의 첫출발을 지켜봐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패기와 야망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지만, 출발선에 선 그들의 모습은 실은 비슷비슷해서 잘 분간이 되질 않고, 입사 후 얼마간은 성과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날한시에 같이 출발했지만 도달해 있는 지점은 더 이상 같지 않고 퍼포먼스(성과·실적) 에서도 우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반짝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존재가 흐려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인물도 나온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재능일까. 노력일까. 아니 이런 도식적인 답 말고는 없는 것일까. 부모에게서 빈약한 재능을 물려받은 사람이나, 천재가 아닌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계속해서 퍼포먼스를 내게 하는 좀 더 생산적인 발견은 없는 것일까.

      나는 ‘브랜드’에 주목한다. 브랜드라고 하면 우리는 애니콜이나 벤츠, 샤넬 같은 단어를 우선 떠올린다. 그러나 그런 것만이 브랜드는 아니다. 이름을 걸고 일하는 우리 각자가 다 브랜드다. 신입사원으로 출발해서 성장하고, 계속해서 ‘잘한다’ 소리를 들으며 오래도록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것은 결국 자기 분야에서 파워 브랜드가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기업이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파워 브랜드가 되고자 애쓰는 것처럼, 개인이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평가받고 정상에 선다는 것은 곧 자기 이름 석 자를 그 분야의 파워 브랜드로 올려놓는 것과 같다. 생각해 보라. 사람들이 벤츠나 BMW 같은 명차를 선호하고 샤넬이나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이나, 몸이 아플 때 이름난 명의(名醫)를 찾고, 소중한 재산을 안심하고 맡길 이름난 펀드 매니저를 찾는 것이나, 실은 같은 현상인 것이다. 그 분야의 파워 브랜드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파워 브랜드는 그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볼보는 안전,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 사이의 제3의 공간이라는 가치처럼 말이다. 이름을 걸고 일하는 개인 역시도 마찬가지다.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거다. 이래서 파워 브랜드는 소수에 국한되는 것이고, 그러므로 사람들은 더더욱 소수의 브랜드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파워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의 본질이 이렇기 때문에, 자신을 브랜드로 보게 되면 일을 대하는 태도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 전체에서 자신의 브랜드 파워는 어느 정도인지, 자신의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발생시키고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이름 석 자에 걸린 신뢰를 지키려 애쓰게 되고, 긴 승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의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어야 계속 브랜드 파워를 쌓고 장차 그 분야의 파워 브랜드가 될지를 기준으로 놓고 일하게 되는 것이다.

      라다 차다와 폴 허즈번드 같은 마케팅 컨설턴트는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명품 브랜드 소비 열풍을 가리켜 럭스플로전이라고 했다. 럭셔리(Luxury·명품)와 익스플로전(Explosion·폭발)의 합성어로 ‘명품의 폭발’이란 뜻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생각을 바꿔 볼 일이다. 그런 명품 브랜드를 소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그런 브랜드가 되어 볼 일이다. 스스로를 명품 브랜드로, 파워 브랜드로 키워 볼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평균 수명 80세의 시대다. 긴 승부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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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2007.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