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한 이야기입니다. 그 중심에는 드러나진 않지만, 조용히 순종하고 움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물 떠온 하인들’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의미심장하게 말합니다.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요 2:9). 이 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변화의 현장, 기적의 비밀을 체험한 사람은 그저 순종하며 묵묵히 일한 하인들이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은 물을 가득 채우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는데 왜 물을 채우라고 하시지?”. 하지만 그들은 말없이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기적의 첫 목격자가 되었고, 그 기적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연회장과 사람들은 물이 포도주가 된 이유도 모른 채 잔치를 즐겼습니다.
교회 일을 하면서 이럴 때가 있습니다.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점검하여 바로 잡아놓아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구를 교체한다든지, 문과 손잡이를 고친다든지, 모니터 위치를 바르게 한다든지, 화장실 수건걸이를 단단하게 고정한다든지, 예배실 의자 배열을 가지런히 한다든지, 와이파이가 되도록 공유기를 점검한다든지, 그레이스홀, 조이홀, 드림홀, 비전홀 점검 등등. 평소에 사소한 일들이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일이고 표시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이번에 예배실 앰프와 스피커를 옮기는 작업을 했는데, 저의 오랜 숙원 중의 하나였습니다. 소천하신 이선광 목자님이 몇 번이나 제안했고, 개척예배에 참석했던 강웅재 친구가 스피커 위치를 옮기라고 30만 원 헌금까지 했기에 늘 마음에 부담을 간직하고 있다가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게시판 벽에 아크릴판으로 잘 보이도록 가정교회 로고를 부착했습니다.
그런데 관리부장님과 한 분만이 스피커를 감쪽같이 옮겼느냐고 하고는 다들 무관심한 건지, 아니면 알고도 가만히 있는 건지, 반응이 없어 혼자서 의기소침했으나 그 일을 한 사람은 그걸 볼 때마다 물 떠온 하인처럼 마음이 흐뭇하고 뿌듯합니다. 마치 교회 성물을 헌신한 사람이 그걸 볼 때마다 누리는 기쁨과도 같습니다.
교회 안에 ‘물 떠온 하인들’이 필요합니다. 주목받지 않아도, 이해되지 않아도, 관심이 덜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통해서 주님은 지금도 생명 살리는 일을 행하시고, 변화의 시작점으로 삼으십니다. 그리고 그런 기적은 물 떠온 하인들처럼 묵묵히 일하고 순종하는 자의 손에서 시작될 뿐만 아니라 그들만이 알고 느끼는 행복이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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