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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용어 바로 알기] ‘증경’은 ‘전임’으로

하마사 2018. 8. 31. 14:14
[교회용어 바로 알기] ‘증경’은 ‘전임’으로 기사의 사진

교회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증경’… ‘전 총회장’ 등으로 부르는 게 좋을 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배어 있는 특징 중 하나는 ‘현학적’으로 보이려는 것이다. 현학적이란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학식이 있음을 자랑하는, 또는 그런 것’이다. 영어권의 사람들은 대화 중에 영어 외 다른 나라의 용어나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적잖은 사람들이 사소한 대화에서도 영어를 비롯해 외래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교회 용어와 교단 총회에서 사용되는 언어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말은 교회에서만 사용하는 말이고, 어떤 말들은 심지어 기독교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말이 ‘증경(曾經)’이다.

교단 총회 등 교계 지도자들 모임에서 총회장을 지낸 분을 소개할 때 ‘증경총회장 OOO이십니다’라는 말은 아주 일반화된 것이다. 한자의 의미로 보면 증(曾)은 ‘이미, 일찍이’라는 뜻이고 경(經)은 ‘지내다’로, ‘이미 지냈다’는 말이다.

증경이라는 말은 당나라 시대의 노조린(盧照隣)이란 사람이 쓴 고시에 등장한다. 노조린이 ‘장안고의(長安古意)’라는 시에서 ‘증경학무도방년(曾經學舞度芳年)’이란 시어를 썼는데, ‘일찍이 춤을 배우느라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의미로 쓴 말이다. 한국교회에선 증경이라는 말을 전임 총회장을 비롯해 전임자를 존중하고 높이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사실은 심오한 뜻이나 존중의 의미가 전혀 없이 ‘젊은 시절 춤을 배우느라 시간을 보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증경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지금 우리 세대가 남들이 안 쓰는 영어 단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중국 고대시나 어록 등에 등장하는 한자어를 현학적으로 보이기를 좋아했던 선비들이 중국에서조차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을 우리나라에 들여왔던 것이다. 증경이란 말은 국립국어원이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엔 나오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증경이라는 말은 교회 밖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이다. 교회 안에서는 ‘증경총회장’ ‘증경지방회장’이라고 쓰지만 전임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 대통령을 ‘증경국회의장’ ‘증경국무총리’ ‘증경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증경이란 말은 ‘전임’ ‘이전’이란 말로 고쳐 ‘전 총회장’ ‘전 지방회장’으로 부르면 된다.

이상윤 목사(한세대 외래교수)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9934&code=23111113&sid1=chr


-국민일보, 2018/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