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 프란체스코가 굽비오 마을에 들렀을 때 사나운 늑대가 가축과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프란체스코는 늑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시뻘건 입을 벌리고 덤벼드는 늑대를 만난 프란체스코는 망설임 없이 “반갑구나. 내 형제여”라는 평화의 인사를 건넸답니다. 순간 늑대는 순한 양처럼 변해 그를 따랐고 이후 마을 사람들과 행복한 사이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옵니다.
프란체스코쯤 되니까 가능한 일이지 함부로 따라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에 의하면 늑대는 좀처럼 길들이기 힘든 동물이라고 합니다. 생후 몇 달만 지나도 절대 사람 손을 타지 않습니다. 우연히 갓 태어난 새끼를 포획해 정성스레 보살피며 기른다 해도 2년을 넘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녀석도 숨겨온 야성을 드러내며 사나운 늑대로 돌변한다는 것이죠.
반면 유전적으로 늑대와 98% 이상 일치하는 동물이 있습니다. 외모도 습성도 거의 유사한 바로 ‘개’입니다. 하지만 늑대와는 달리 개는 사람의 더없는 벗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배신하지 않고 충성합니다. 무엇이 개와 늑대의 차이를 가져온 것일까요. 그것은 자신의 야성을 포기하고 버린 것입니다. 신앙의 삶이란 예수를 모르고 살았던 거친 야성을 정성스레 길들이는 과정이 아닐까요.
글=안성국 목사(익산 평안교회), 삽화=이영은 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60071&code=23111512&sid1=fai
-국민일보 겨자씨, 201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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