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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馬不死는 옛말… 교회도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하마사 2016. 11. 25. 14:40

-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담임목사 정년제·헌금명세 공개 등 개혁교회의 모델… 내년 20주년
3년 뒤 은퇴 앞두고 교회 분립 "이젠 작고 가난한 영성이 정답"

"교회도 대마불사(大馬不死) 시대 지났습니다. 인구 절벽에 교회 신뢰도도 추락했잖아요? 다이어트해야 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내년 1월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정성진(62) 담임목사가 서울 광성교회 지원으로 본인 포함 10가정으로 시작한 교회는 개척 직후 덮친 IMF의 파고(波高)에도 영향받지 않고 급성장해 현재 출석 교인만 1만명에 이른다. 그런 '신화'의 주인공인 정 목사는 최근 교회에서 만난 기자에게 '다이어트'와 함께 '은퇴 준비'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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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작고 가난한 이를 위한 영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정 목사 뒤로‘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이란 편액이 보인다. 담임목사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이 문구다. /이진한 기자

이 교회는 개척 당시부터 여러 다짐으로 관심을 모았다. 담임목사와 장로 65세 정년제, 원로목사 폐지, 융자 상환금을 제외한 예산 51% 구제·선교 사용, 헌금 명세와 회계보고서 공개, 성가대 지휘·반주자 무보수 봉사 등을 통해 개혁 교회의 모델로 손꼽힌다. 대안학교와 복지재단 등 사회복지활동으로 지역사회에도 모범이 되고 있다. 정 목사는 월(月) 사례금 450만원을 받아 대부분 헌금한다. 10년 넘게 타던 승합차도 15만㎞를 뛰고서야 최근 바꿨다. 아직 성장 가능성 충분하고, 본인 임기도 3년이 남았는데 다이어트와 은퇴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얼까.

서울 출신인 정 목사는 신학생 시절 민중신학을 접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려 했다. 전도사로 처음 발 디딘 곳은 충북 음성의 폐광촌이었다. 이후 서울로 돌아와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봉천제일교회와 광성교회에서 부목사 생활을 하다 1997년 '일산 신도시 280번째'로 교회를 개척했다. 생존 자체가 기적적인 상황인데 스스로 엄격하게 챙기는 장치들을 마련한 것에 대해 정 목사는 '인간 본성'을 이야기했다.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소유하면 누리고 싶은 겁니다. 처음부터 탐욕과 힘을 경계하지 않으면 거룩함을 가장하고 빙자하는 목사가 될 것 같았습니다. 목사 자리는 지금도 무겁습니다. 밥벌이 삼으면 그만이지만, 잘하려고 하면 너무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2019년 은퇴를 앞두고 교회 분립(分立)을 시작했다. 우선 파주 운정지구에 땅을 마련해 3000명쯤 예배드릴 교회를 설계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거룩한빛광성교회가 4개쯤으로 나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처음 일산서 지하 예배당에 2450명이 출석할 때 현재 자리에 건물을 지어서 옮겼어요. 그때까지는 열심히 심방 다니고 해서 모든 교인 얼굴은 물론 집안 사정까지 알았습니다. 그 수를 넘어서니까 얼굴 모르는 교인이 생겼죠. 하루에 결혼 주례 3번씩 하면서 퀵서비스 오토바이도 타고, 한 주에 장례식을 9번까지 치러봤어요. 그렇게 해도 못 챙기는 애경사가 생기면서 '공동체의 아픔도 못 챙기는 게 무슨 목사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7년 전부터 상징적으로 새 신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분립에 대한 생각도 굳혔다. 그는 "이젠 '작은 것, 가난한 영성이 정답'"이라고 했다. "가난한 영성, 한 영혼에 집중할 수 있는 영성을 신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교인이 1000명 이하이면 목사의 전부가 드러나지만 그 이상 되면 베일에 가려집니다."

은퇴 후 자신의 삶에 대한 다이어트도 준비하고 있다. 휴대전화에 꽃 사진만 1만6000장을 저장하고 있고, 사진전을 열기도 한 그는 은퇴 후 사진엽서를 만들어 선교비에 보탤 생각도 하고 있 다. 지금도 그의 눈엔 '하고 싶은 일거리'가 수두룩하다. 노인요양원, 고아 쉼터, 발달장애인 그룹홈…. 아직 사회의 손길이 덜 미치는 그늘이다. 그는 "일을 자제하는 것이 어렵다"며 웃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가 왜 담임목사실 가장 잘 보이는 벽에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 즉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편액을 붙여놓고 지내는지 알 것 같았다.

-조선일보, 2016/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