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여행

5500원짜리 칼국숫집, 미쉐린 맛집에 올랐다

하마사 2016. 11. 2. 12:22

미쉐린코리아, 서울서 가성비 높은 식당 '빕 구르망' 36곳 선정… 스타 등급은 7일 발표

필동면옥·대성집·역전회관 등 1인 평균 식사비 3만5000원 이하
식당들 "평가원 다녀갔는지 몰라"
밍글스·라연·정식당 등 7일 ★ 받을 가능성 높아

수은주가 영하 가까이 뚝 떨어진 1일 오전 11시 반.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뒷골목 '찬양집'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식당 주인 윤순병(63)씨가 왼손에 든 숟가락으로는 파 채를, 오른손 집게로는 김 가루를 연신 칼국수에 얹느라 바빴다. 직원 아주머니들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칼국수를 서너 그릇씩 양은 쟁반에 담아 손님들에게 부지런히 날랐다. 바지락이 가득 든 칼국수 한 그릇이 5500원. 저렴한 데다 푸짐하고 맛까지 훌륭해 서민들이 주로 찾는 이 칼국숫집이 세계적 권위의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미슐랭)'에 올랐다.

갑자기 추워진 1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 3가 ‘찬양집’ 주인 윤순병씨와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나갈 해물 칼국수를 부지런히 그릇에 담고 있다.
갑자기 추워진 1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 3가 ‘찬양집’ 주인 윤순병씨와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나갈 해물 칼국수를 부지런히 그릇에 담고 있다. /이태경 기자

미쉐린 가이드 2017년 서울편이 오는 7일 공식 발간된다. 전 세계 27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홍콩 & 마카오·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다. 미쉐린코리아는 공식 발간을 일주일여 앞둔 1일 미쉐린 가이드의 아래 등급인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실린 식당 36곳을 미리 발표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의 음식을 별(스타)로 평가한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을, 2개는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을 뜻한다. 별을 줄 정도는 아니나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빕 구르망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서 ‘빕 구르망’으로 뽑힌 ‘필동면옥’의 평양냉면. ‘빕’은 미쉐린타이어 로고인 비벤둠(Bibendum)의 약칭이고, ‘구르망’은 미식가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서 ‘빕 구르망’으로 뽑힌 ‘필동면옥’의 평양냉면. ‘빕’은 미쉐린타이어 로고인 비벤둠(Bibendum)의 약칭이고, ‘구르망’은 미식가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태경 기자

이번 서울편에는 찬양집을 비롯해 필동면옥(냉면), 대성집(도가니탕), 부산식당(생태탕), 한일관(한식), 역전회관(불고기), 용금옥(추어탕) 등 1인 평균 식사비 3만5000원 이하 음식점 36곳이 빕 구르망에 선정됐다. 대부분 한국 전통·토속 음식점들이다. 유럽에서는 35유로(약 4만4000원) 이하, 미국은 40달러(약 4만6000원), 일본은 5000엔(약 5만4000원) 이하 식당들이 빕 구르망에 선정된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 명단 표

미쉐린코리아는 지난 3월 "서울의 식당을 평가할 전문 평가원들이 서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인스펙터(inspector)'라 불리는 평가원들은 신분을 감추고 같은 식당을 2~3차례 방문해 평가한다. 평가원의 수, 성별, 국적은 철저히 비밀이다. 2014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미쉐린 평가원은 총 120여명이며 1인당 연평균 250차례 외식하고 160일을 출장길에서 보낸다.

미쉐린 서울편 평가원들은 주로 2인 1조로 식당을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평가원 1명이 단독 방문해 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서울의 한 프랑스 레스토랑 지배인은 "4팀 정도가 다녀간 듯하다"고 했다. 2팀은 외국인 남녀 커플이었고, 1팀은 외국인·한국인 남성 2명, 1팀은 외국인 남성 2명이었다고 한다.

찬양집, 필동면옥, 역전회관 등 빕 구르망에 소개된 식당 주인들은 "평가원이 다녀갔는지 몰랐다"고 했다. 일부 식당은 "미쉐린 평가원이 평가를 마친 뒤 식당 정보 확인을 위해 재차 방문했을 때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광화문 한우 전문점 '한육감' 이준수 대표는 "프랑스 남성과 한국 여성이 '미쉐린 인스펙터'라면서 브레이크타임(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쉬는 시간)에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식사한 커플이라 확실하게 기억했는데, 이미 '그 전에 두 차례 왔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보 확인차 평가원들이 다시 방문한 식당은 빕 구르망이 아닌 미쉐린 가이드에서 정식으로 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는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공식 발간 행사 참석 초청장까지 받은 식당들은 별 획득이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밍글스와 신라호텔 라연, 정식당, 스와니예, 권숙수, 24절기 등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한식' 계열 식당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쉐린코리아 측은 "별을 어느 식당에 몇 개 주느냐는 평가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201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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