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기독교자료

사이비 구마(驅魔)

하마사 2015. 12. 13. 14:09
모태(母胎) 신앙이라 어릴 적 많은 시간을 교회에서 보냈다. 그 시절엔 부흥회가 많았다. 전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목사님이 시골 교회를 찾아오면 구름처럼 사람이 몰려들었다. 병자 몸에 부흥사 손이 닿으면 기적처럼 병이 낫는다고 했다. 큰 소리로 기도해 마음속에 도사리던 악령(惡靈)을 쫓아낸다고 해서 예배당이 도떼기시장처럼 요란했다. 안수 기도를 받다 졸도하는 여인도 있었다. 어린 눈엔, 어딘가에 숨어 있을 악령보다 교회의 그 기이한 풍경이 더 무서웠다.

▶5년 전 런던을 여행하다 민박집에서 30대 초반 한국 여성을 만났다. 신학도이자 전도사인 그녀는 자기에게 하나님이 주신 신비한 은사(恩賜)가 있다고 했다. 예언의 능력이랬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다 보면 그 사람 머리 위로 환영(幻影)이 보인단다. 가까운 미래에 그에게 닥칠 일을 본다는 것이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녀에게 물었다. "점쟁이와 무당은 당신과 어떻게 다른가요?"


[만물상] 사이비 구마(驅魔)
▶과장되긴 했지만, 세상 모든 종교가 한국에만 들어오면 '샤먼'이 된다는 말이 있다. 제사와 예배 의식만 조금씩 다를 뿐 신을 믿는 목적이 '기적'에 닿아 있는 예가 많다는 얘기다. 종교 신자이든 무당집 드나드는 사람이든 하늘에서 내리는 복(福)을 갈구하는 이가 적지 않다. 기복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성숙한 종교에서는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병을 절대자는 고칠 수 있다고 믿기 쉽다. 그 틈을 교묘히 파고드는 게 사교(邪敎)다.

▶며칠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귀신 쫓는 사이비 '구마(驅魔) 의식'을 받던 한국 여성이 숨졌다. 가슴과 배를 심하게 맞은 흔적이 있고 팔목엔 끈으로 묶인 자국이 있다고 했다. 기사를 읽는 순간 5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검은 사제들'이 눈앞에 스쳐 섬뜩했다. 영화 속 소녀는 가톨릭 사제의 구마 의식 덕에 살아나지만 현실 속 여성은 목숨을 잃었다. 어디까지가 종교이고 어디까지가 미신인지 혼란스러웠다.

▶종교와 기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앞 못 보던 사람이 기도하다 눈을 뜨는 일이 요즘도 일어난다고 한다. 이어령씨의 딸 이민아 변호사도 그런 기적을 경험했다 고 말했다. 신앙으로 눈을 뜨고, 죽을 고비도 넘겼다는 그는 가출한 10대들을 보듬고 치료하는 데 헌신하다 세상을 떠났다. 인터뷰 중 그녀가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적이란 신(神)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인간에게 보내는 작은 신호일 뿐 종교의 본질은 아닙니다. 진짜 기적은 사랑이에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깁니다. 모든 죽은 것들을 살립니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