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강의를 한 이재열(사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는 압축적 근대화를 이루면서 ‘안정’보다 ‘속도’,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했고 그 결과 생활수준은 향상됐지만 빈번한 산업재해와 연이은 대형 참사를 겪었다”며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는 졸속 성장기에 구조화된 위험요소들이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세계가 글로벌화·네트워크화 되면서 복잡하게 얽히고, 돌발적 재난이 급증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기술의 진보와 지나친 자본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생애 전 과정에 위험요소가 만연해진 반면 전통적 안전장치인 가족과 공동체는 와해됐고 국가의 복지투자는 아직 초보 수준이어서 그 격차만큼 자살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위험사회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며 “교회의 근본적 위기는 교인 수나 예산 감소가 아니라 ‘권위 상실’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교회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크리스천들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회는 공익성을 추구하고, 투명한 교회 행정과 재정 운영을 통해 품격을 높여야 한다”며 “이것이 전제되지 못하면 교회는 점차 위험해지는 한국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한다는 사명을 갖고 깊은 영적 울림과 신뢰 넘치는 은혜를 통해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럴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함께 배려하는 안심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국민일보, 201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