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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후 교회의 병원심방 문화 달라져야

하마사 2015. 7. 23. 14:35

[특별기고-정종훈] 메르스 이후 교회의 병원심방 문화 달라져야 기사의 사진

 

온 국민의 생명과 일상생활을 위협하던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메르스를 퇴치하기 위해 헌신했던 의료진들의 눈물나는 수고에 감사할 뿐이다. 메르스가 진정되자 뜸했던 병문안과 교회의 병원심방이 다시 재개되는 양상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의 한 기관장이 찾아와 입원환자들을 심방하는 교회 문화에 대해 염려를 표했다. 교회에서 환자를 심방할 때를 보면 다수의 인원이 정해진 면회시간에 개의치 않고 병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1·2인실은 물론이고 다인 입원실에서조차 크게 기도하거나 예배드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교회의 심방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메르스 이전에도 병원 관계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항의했는데, 메르스를 경험한 현재 상황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교회의 심방이란 주님께서 구원하고 치유하며 위로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목회자가 중심이 되어 찾아가는 사랑의 행위다. 주님께서는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시고, 우는 자와 함께 우시고,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시면서 일체화하는 사랑을 보이셨다.  

교회의 병원심방은 환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서로의 친밀감을 더하는 기회다. 궁극적인 목적은 환자의 치유를 돕는 데 있다. 그런데 교회의 심방이 의무감 속에서 과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다른 환자들의 치유를 어렵게 하면서 이뤄진다면 차라리 멈추는 것이 지혜일 수 있다.  

메르스의 경우 확진 환자 대부분이 병원을 통해 감염됐다. 의료기관들의 감염 관리 부실도 문제였지만 응급실이나 다인 입원실에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동행한 것과 수시로 병문안한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일부 대형병원은 병실에서의 종교의식 자체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은 아직 종교의식에 관대한 편이다. 이제 교회는 자발적으로 절제 있게 병원심방을 함으로써 심방 고유의 목적을 이루는 문화를 개발해야 한다.

첫째, 교회와 병원의 호의적 관계를 위해서 병원의 면회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제한된 면회시간에만 10∼20분 심방하고, 병실 대신 허용된 면회 장소에서만 심방하며, 횟수를 나누어 3인 이내로 조용히 심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직접 방문하는 방식에다 다른 심방 방식을 가미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각자의 사정과 일상생활이 있는데, 시간과 돈을 내서 직접 병문안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치유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카드·문자·영상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것도 병문안과 동일한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셋째, 직접 심방의 형태라도 환자의 유형에 따라 달리 할 수 있다. 중환자실 환자의 경우 가족조차 방문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 병실 관계자들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칙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목회자는 환자 심방을 목회자의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하고 왜 방해하느냐며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중환자실의 경우 의식이 없는 환자보다 그 가족들에 대한 심방이 사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거동이 가능한 환자의 경우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도실 예배실 휴게실을 이용해 심방할 수 있다.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교회의 심방문화가 선도적으로 바뀐다면, 기독교가 일반인들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정종훈(연세대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국민일보, 2013/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