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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표절

하마사 2014. 9. 4. 09:49

설교표절, 영적 제살 깎아먹기

"저작권 인식·준비 부족 결과… 하나님과 교인을 속이는 일, 너무 많은 설교 횟수 줄여야"

명설교 목회자들의 설교 철학 정리 표
종교는 '말(言)'이다. 대부분 종교는 의식 절차(ritual)를 갖추고 있으며, 예식 중에는 반드시 창시자의 말씀 즉 '경전(經典)'을 성직자들이 풀어 설명하는 '설교'(개신교) '법문'(불교) '강론'(천주교)을 한다. 수천년 전 창시자의 말씀을 '지금, 여기'의 신자들 앞에 풀어놓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 경전 말씀은 수천년 동안 앞의 사람들이 거듭거듭 이야기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 '피를 토하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선배들의 이야기를 반복하기 쉽다. 반복은 그래도 낫다. 베끼면 문제가 심각하다.

2일 오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김경원 목사)가 개최한 열린 대화 마당은 '설교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이 모인 자리다. 오죽하면 이날 주제 발표한 안진섭 목사(새누리2교회)는 첫머리에서 "올 것이 왔다!"고까지 말했을까.

"교수들 욕할 것 없다!"

이날 참석자들은 "'설교 표절'도 표절"이라고 잘라 말했다. 교수들의 논문 표절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태도 고발됐다. 통째로 베끼기, 아웃라인 베끼기, 짜깁기, 남의 묵상까지 자기 것처럼 꾸미기 등이다. 안진섭 목사는 "전도사 시절 어떤 집회에 참석했는데 초청 강사의 설교는 당시 유명 설교자의 설교를 거의 그대로 표절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 설교자는 '제가 성경을 깊이 연구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입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조차도 그 유명 설교자의 말을 표절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설교 표절의 원인에 대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 준비 부족, 신학(철학)의 부재, 영성 깊은 척하고 싶은 욕망 등이 꼽혔다. 별생각 없이 가볍게 시작한 설교 표절일지 몰라도 결과는 심각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발표자들은 "설교 표절은 설교자에게 영혼의 독(毒)이 된다"고 말했다. 설교자로서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영적(靈的) 황폐화, 교회 황폐화, 대사명의 성취를 불가능하게 하며 결정적으로 하나님과 교인들을 속이는 일(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은퇴)이라는 것이다.

설교는 성장 도구 아니다

발표자들은 이런 설교 표절이 횡행하는 이유에 대해 설교 횟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보통 교회 담임목사는 주(週) 10회 정도 설교를 한다. 성경 말씀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하고 기도해서 설교를 준비하며 깊은 은혜를 경험하기에는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과 방송에 널린 '설교'를 베끼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 그래서 대안(代案) 역시 설교 횟수를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새벽예배를 묵상 시간으로, 수요예배는 성경 공부로, 기도회는 기도만 하기(안진섭 목사) 식(式)으로 예배 형식을 다양화하는 대신 설교 횟수는 줄이자는 것이다.

또 근본적으로는 신학대학원의 커리큘럼을 개선해 일선 목회자로 나갈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관련 과목 교수들의 '팀티칭(team teaching)', 현장 목회자의 강사 활용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담임목회자들이 부교역자들의 '설교 멘토'가 돼주는 방안도 나왔다.


-조선일보, 201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