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米壽에도 매일 7시간 30분 성경공부하는 박희천 목사

하마사 2014. 1. 16. 18:14

[다시 복음으로] 米壽에도 매일 7시간 30분 성경공부하는 박희천 목사


“목숨 걸고 성경 공부해야 합니다, 주님을 발견하기 위해…”

2014년 한국 교회는 본질 회복이라는 명제를 붙들고 나가야 한다.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선 모두가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가 교회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복음을 붙드는 것이다. 오직 복음만을 부둥켜안고 살아갔던 믿음 선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

서울 내수동교회 원로 박희천 목사는 올해 88세다. 미수(米壽)인 박 목사는 매일 7시간30분씩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한다. 아침 6시 어김없이 일어나 홀로 새벽기도를 한 이후부터는 책상에 앉는다. 세끼 밥 먹고, 중간에 차 마시고, 저녁에 산보하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공부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만난 박 목사는 건강해 보였다. “아내는 ‘기계도 당신 같은 기계 없다’고 말합니다. 하루 일정이 정확합니다. 현직에 있을 때에는 11시간30분씩 공부했어요. 이상하게 나이가 드니까 밥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립디다. 그것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깎였어요. 나이 드는 것은 다 괜찮은데 그게(공부시간 깎이는 것) 원통합디다. 한번은 대성통곡하기도 했어요.”

박 목사의 책상 위에는 한글 성경과 히브리어 원어 성경, 큰 한글사전과 옥편 등이 놓여 있었다. 한 귀퉁이에 깨알같이 시간이 적힌 종이가 보였다. 책상 앞에 앉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적혀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게 된다. 그때마다 시간을 적어 놓았다. 저녁 취침 전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을 합산한다. 7시간30분이 넘지 못했을 때에는 반성하며 자신을 채근한다.

1975년부터 98년까지 내수동교회를 담임할 당시에도 박 목사는 학자적 삶을 살았다. 회의는 필요한 것만 간단히 했고 사교 모임에는 대부분 가지 않았다. 노회장 등 ‘감투’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공부, 또 공부만 했다.

그러면 박 목사는 그 많은 시간 동안 무엇을 공부했는가. “물론 성경 공부지요. 성경에 전념했어요. 목사니까요. 목사가 성경 공부하는데 ‘전념’이란 단어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목사라면 성경 연구에 전념해야 하니까요. 저도 목사라서 좀 공부한 것이지요. 공부에는 끝이 없습니다. ‘난 이만하면 됐다’며 공부를 졸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박 목사는 은퇴 이후부터 성경을 강해하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사무엘 상’과 ‘사무엘 하’,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 등 세 권을 썼다. 현재 ‘북국 이스라엘’이란 제목의 책을 쓰고 있다. 이후에는 3년 예정으로 ‘남국 유다’를 쓸 계획이다.

그는 크리스천, 특히 목사들은 목숨 걸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숨 걸고’란 말에 특히 힘을 주었다. “히말라야에 올라가 보지 못한 사람이 히말라야에 대해 말할 수 없지요. 성경을 읽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없습니다. 적당히 읽어선 안 됩니다. 성경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어물어물하다가는 하루에 한 장도 읽지 못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박 목사 스스로도 목숨 걸고 성경을 읽고 있다. 일정하게 통독하는 것 외에 매일 시편 5편과 잠언 1장씩을 읽는다. 1950년 1월 1일부터 시작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편과 잠언을 700독 이상 했다.

그는 21세 되던 1947년 5월 말 최원초란 이름의 목회자를 만났다. 당시 최 목사는 요한계시록을 1만독, 빌립보서를 3000독 이상 한 분이었다. “정말 귀하디귀한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제게 ‘다른 것 하지 말고 성경 본문을 많이 보아라’고 말했습니다. 강한 도전이 됐습니다. 그때 이후로 그 어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 성경을 보는데 남달리 시간을 투자해 왔습니다. 그렇게 67년을 성경 연구에 투자했는데 과연 나는 지금 성경을 얼마나 아는가 자문해 봅니다. 성경 전체를 태산에 비유한다면 저는 그저 태산 한 모퉁이를 손가락으로 긁다 말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정도로밖에 성경을 깨닫지 못했어요, 솔직한 고백입니다. 성경은 결코 간단하게 점령되는 책이 아닙니다. 건방진 이야기 같지만 67년 온 마음 다해 성경을 공부해도 이 정도인데 설렁설렁 할 것 다 하면서 성경 보아가지고 어떻게 그 깊이와 너비를 알 수 있겠습니까.”

고려신학대학원과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박 목사는 목회를 하면서 28년 동안 총신대 신대원에서 설교학과 히브리어를 가르쳤다. 당시 그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들, 최소한 하루에 구약 3장, 신약 1장은 보아야 한다. 신학교 3년 마치면 자동적으로 성경 전문가가 된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리 알다가는 큰일 난다. 신학교 졸업하고 목사고시 마친 다음날부터 너희들은 ‘성경 유치원’에 재입학해야 한다. 그때부터 목숨 걸고 성경을 따로 연구해야 한다.” 그는 졸업하는 신학생들에게는 최단 시일 내 신구약 성경을 100번 읽을 것을 주문했다. 그것이 목사 안수 받고 나서 해야 할 목회자의 첫 번째 과업이라고까지 강조했다.

그렇게 성경을 읽는 목적이 무엇인가? “성경을 알아야 하나님을 아는 것 아닙니까. 피조물인 인간에게 하나님 알고,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과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나님을 발견하기 위해선 성경을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발견해야만 결국 하나님 안에서 발견되어지는 것입니다.”

그는 “성경 공부에는 한 방이 없다”면서 성경 연구는 뜨개질과 같다고 말했다. “사업은 어떻게 하다가 한번 히트하면 대박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 공부는 사업이 아닙니다. 뜨개질과 같습니다. 한 코 한 코 통과하지 않고는 늘어날 수 없습니다. 일생동안 한 코 한 코 뜨개질하듯 하나님을 알아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발견하다 이 땅을 떠나는 것입니다.”

신학교 교수 시절에 그는 학생들에게 “곱사등이 면할 생각 하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평생 책상 앞에 앉아 곱사등이가 될 정도로 공부하라는 말이었지요. 곱사등이 안 되겠다고 허리 폈다가는 뒤로 벌렁 나자빠집니다. 아니, 공부하지 않고 어디서 뭐가 나올 수 있습니까?”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다시 하나님의 살아계신 말씀 앞에 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가 본질에서 멀어지고 복음이 혼잡케 된 것은 성경을 보지 않아서라고 언급했다. “요즘 목회자 가운데는 성경에 대한 말보다 일반적인 세상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왜 성경은 놓아두고 다른 말만 하는가’라고요. 들어 있는 대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참기름병 기울이면 참기름이 나오고, 석유병 기울이면 석유가 나옵니다. 들어 있는 것이 그거니까요. 내가 성경을 먹어야 성경의 말이 나옵니다. 누에가 뽕잎을 먹지 않고 명주실을 낼 수 있습니까. 은행에 예금하지 않고 출금할 수 있냐고요. 안됩니다. 성경 예금을 해 놓아야 성경을 출금할 수 있습니다. 성경이 들어가 있지 않으니 자꾸 다른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는 거듭 보아야, 알아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 고향이 이북인데 거기서는 금강산을 ‘가봐산’이라고 불렀습니다. ‘금강산은 가보아야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명별명입니다. ‘금강산이 좋다’는 말 아무리 많이 들어도 소용없습니다. 한 번이라도 가 보아야 금강산의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금강산을 가 보지 못했기에 금강산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성경 안 보고는 결코 성경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목회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간단한 답이 왔다. “성경 많이 봐서 양떼들에게 기름진 꼴을 먹이는 것입니다. 그거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부연설명했다. “엘리야가 그릿 시냇가에 있을 때 아침저녁마다 까마귀가 떡과 고기를 가져와 먹여줬어요. 그 당시에 엘리야가 먹던 떡과 고기는 다른 데서는 구경도 못 하던 음식이었습니다. 그것을 엘리야가 먹었어요. 적어도 목사라면 교회에 나오는 양떼들에게 다른 데서는 결코 구경할 수 없는 ‘진리의 떡과 고기’를 먹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다른 일 할 수 없습니다. 목숨 걸고 성경을 파고들어야지요. 거기서 보화를 먼저 발견하고 나눠줘야지요.”

다시 목회자가 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해 온 그대로 살 겁니다. 죽으나 사나 성경을 연구해서 내가 사랑하는 그분을 발견하고야 말 겁니다. 다시 태어나도 그런 삶을 살 거예요. 한 코 한 코 뜨개질하듯….”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

 

-국민일보, 201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