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유머

독설을 부끄럽게 만드는 미국 유머정치의 힘

하마사 2013. 7. 21. 16:15

소통왕 링컨

政敵이 정책 모순 지적하며
'링컨은 두 얼굴' 비난하자
"여러분이 얼굴 두 개 있으면
이 얼굴을 쓰겠습니까"

유머왕 레이건

1981년 총맞아 병원 간 직후
수술하려는 의사들에게
"모두 공화 지지자였으면…"
최악상황서 국민 안심시켜

유머 과외 받는 오바마

자신 공격한 부동산 재벌에
"내 출생 논란은 그만 캐고
라스웰 외계인의 진상 같은
의미있는 일 규명하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고향은 크립톤 행성입니다. 아버지 '조―엘'(수퍼맨의 아빠)이 지구를 구하라고 저를 보냈단 말이죠."

2008년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 천주교 뉴욕대교구 주최로 열린 자선 만찬장. 턱시도를 입고 연단에 올라 '수퍼맨의 고향'인 크립톤 행성에서 태어났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사나이가 있었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였다. 그는 한 가지 비밀을 더 공개하겠다고 했다. "사실 제 중간 이름(후세인)은 제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은 분이 대충 붙인 겁니다. 제 진짜 중간 이름은 '스티브'입니다. 그러니까 제 이름은 '버락 스티브 오바마'입니다, 하하."

당시 오바마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들은 반복해서 '출생지가 불분명하다' '이슬람 교도다'라는 논란을 제기하고 있었다. 오바마는 이런 정적(政敵)들의 주장을 이날 대번에 '웃기는 소리'로 만들어 버렸다.


	미국 유머정치인 (빌 클린턴 / 버락 오바마 / 로널드 레이건 / 조지 W 부시)
미국 정계에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막말 구사'가 아니라 적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약점을 교묘히 가리는 '위트의 전략'이 유용한 무기로 여겨진다. 루이지애나주립대 언론학과 커비 고이델 교수는 책 '정보의 시대에 정부, 그리고 정치'에서 '유머는 대중이 즐겨 이야기할 소재를 던져주고 때로는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 거물들은 중요한 연설을 앞두고 유머 집필자를 별도로 고용한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을 위해 만화 '심슨'과 코미디 채널인 '코미디센트럴'의 작가 등을 데려다 지도를 받는다. 재선에 성공하고 나서 열린 올해 4월 출입기자 만찬에서 오바마는 통쾌한 입담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공화당에 막대한 정치 기부금을 낸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을 놀려댔다. "1억달러(약 1120억원)를 냈다면서요! 그 정도 돈이 있으면 섬을 하나 사서 '노바마(Nobama·오바마는 안 돼)'라고 이름을 붙여도 되잖아요? 아니, 차라리 나한테 1억달러를 주고 대선에 나가지 말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하."

오바마는 2011년 백악관 만찬에서도 자신을 공격해온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가리키며 '한 방'을 날렸다. "도널드, 이제 내 출생 논란 그만 캐고 진짜 의미 있는 일을 규명하세요! '미국의 달 착륙이 날조인가', '라스웰 외계인 사건의 진상은' 같은 문제들 말이죠." 그 자리에 있던 트럼프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미국 역사에서 유머를 가장 잘 활용한 대통령으로는 1980년대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꼽힌다.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난 한 자리에서 '웃기는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소련의 한 가게 앞, 보드카를 사기 위한 긴 줄에 남자 두 명이 서 있었습니다. 한 남자가 '황당하구먼. 고르바초프를 죽여버리고 말겠어!'라며 씩씩거리고 어디론가 가더니 20분 후에 오더래요. '그래서 죽였어?' 친구가 묻자 남자는 '아니'라고 한숨을 쉽니다. '참 나…. 그 줄이 이 줄보다 더 길어!'" 미국의 보수 논객 피터 슈웨이저는 "딱딱한 메시지를 유머로 포장해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레이건의 유머 감각은 1981년 피격 사건 직후에도 빛을 발했다. 그는 총을 맞은 다음 수술실로 실려갔고 의사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모두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좋겠네만…."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이 가장 어두운 시간에 유머 감각을 유지해 국민을 안심시켰다"고 평했다.

'소통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도 유머로 상대방의 코를 납작하게 한 적이 있다. 그는 정적 스티븐 더글러스가 링컨의 정책들이 모순됐다며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의회에서 비난하자 이를 부드럽게 맞받아쳤다. "여러분에게 선택을 맡깁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한테 얼굴 두 개가 있으면 이 얼굴을 쓰시겠습니까?" 웃음이 터져 나왔고 더글러스는 "링컨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푸념했다.

대량살상무기 존재 논란으로 언론에 뭇매를 맞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언론을 상대로 한 유머를 즐긴다. 지난 4월 조지 W 부시 기념관 개관식에서 그는 언론과의 '특별한 관계'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아침에 시간 나시는 분은 '투데이쇼'를 보세요. 제 딸 제나가 거기서 기자로 일하면서 부시 가문과 언론이 지속해온 따뜻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거든요." 그는 가벼운 자학 유머 하나를 덧붙였다. "자유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도록 많이 도와드렸죠?"

개관식에 참석한 '입담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행사는 역사를 고쳐 쓰고 싶어 하는 전직 대통령의 끝없는 노력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오바마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사려 깊고, 아름다운 두 딸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그 딸들이 '아빠! 아빠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빠가 멋지지 않거든!'이라면서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면서요? (부시를 돌아보며) 공감되는데요."

유머 전략이 늘 먹히는 것은 아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010년 11월(당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오바마를 비난하며 "레이건이 대통령이었을 때 우리에겐 (코미디언) 밥 호프와 (가수) 조니 캐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오바마뿐, 캐시(cash·현금)와 호프(hope·희망)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해 '꽤 재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조니 캐시의 딸 로잔 캐시가 트위터를 통해 험악한 말로 베이너를 공격했다. 정치색이 거의 없던 아버지의 이름을 정치판에 들먹이지 말라는 경고였다. "존 베이너에게: 우리 아버지 이름을 개그 소재로 그만 쓰시지, 이 멍청아!" 오바마는 올해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서 CNN의 보스턴 테러범 검거 관련 오보를 소재로 "CNN은 사건의 모든 측면을 다루려고 애씁니다. 그러다 보면 한 가지 정도는 맞힐 수도 있거든요"라고 비꼬았다가 '테러를 개그 소재로 삼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조선일보, 2013/7/20 

 

'자기계발 >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형수술 유머  (0) 2014.03.27
늦둥이는 은행가면 만들어 준다.  (0) 2014.03.19
넌센스퀴즈  (0) 2012.12.27
[스크랩] 不可思議한 그림들  (0) 2012.08.12
전국 공처가 협회 표어 당선작  (0) 201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