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이어폰 끼고 재판자료 청취… 소리로 세상을 보다
국내 최초 시각장애 법관 최영 판사 재판 모습 첫 공개
실무관이 만든 한글파일 음성변환 장비로 듣고 또 들어 대부분 외우고 재판 들어가
방청객 "다른 판사와 똑같아"… 최 판사 "법원도 나도 변화중"
사법사상 첫 시각장애인 판사로 지난 2월 임명장을 받은 서울 북부지법 최영(32·연수원 41기) 판사가 10일 오전 10시 북부지법 701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법복(法服)을 차려입은 최 판사는 동료 김대규 판사의 팔을 잡고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장인 정성태 부장판사와 김 판사의 자리에는 서류가 가득 쌓여있었지만, 최 판사의 자리에는 노트북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최 판사는 익숙한 듯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컴퓨터에 연결하면서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USB에는 주요 소송기록을 음성파일로 전환시켜 놓은 자료들이 담겨 있다.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가 "사건번호 2011가합×××"이라고 사건 번호를 부르자, 서류를 뒤적이는 김 판사와 달리 최 판사는 노트북을 두드렸다. 한쪽 귀로는 원고와 피고 측 소송 대리인의 공방을 들으면서, 다른 한쪽 귀로는 그때그때 필요한 소송 자료를 찾아내 듣는 방식이다. 소송 대리인들이 변론을 할 땐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노트북에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북부지법은 시각장애인인 최 판사가 참여한 주유소 임대차 계약 관련 사건 등 5건의 민사소송 공판을 10여분 동안 언론에 공개했다. 재판부는 방송 카메라의 법정 안 촬영도 허용했다. 시각장애인 판사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재판 당사자와 국민의 우려를 씻기 위한 차원이라고 법원 측은 설명했다.
검은색 법복(法服)을 차려입은 최 판사는 동료 김대규 판사의 팔을 잡고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장인 정성태 부장판사와 김 판사의 자리에는 서류가 가득 쌓여있었지만, 최 판사의 자리에는 노트북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최 판사는 익숙한 듯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컴퓨터에 연결하면서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USB에는 주요 소송기록을 음성파일로 전환시켜 놓은 자료들이 담겨 있다.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가 "사건번호 2011가합×××"이라고 사건 번호를 부르자, 서류를 뒤적이는 김 판사와 달리 최 판사는 노트북을 두드렸다. 한쪽 귀로는 원고와 피고 측 소송 대리인의 공방을 들으면서, 다른 한쪽 귀로는 그때그때 필요한 소송 자료를 찾아내 듣는 방식이다. 소송 대리인들이 변론을 할 땐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노트북에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북부지법은 시각장애인인 최 판사가 참여한 주유소 임대차 계약 관련 사건 등 5건의 민사소송 공판을 10여분 동안 언론에 공개했다. 재판부는 방송 카메라의 법정 안 촬영도 허용했다. 시각장애인 판사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재판 당사자와 국민의 우려를 씻기 위한 차원이라고 법원 측은 설명했다.
- 시각장애인 최영 판사가 11일 오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어폰을 통해 소송기록을 들으면서 공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순조로운 재판 진행에 대해 북부지법 이창열 공보판사는 "최 판사가 다른 판사들보다 재판 준비에 쓰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판사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심야시간까지 음성전환 프로그램이 내장된 컴퓨터와 스피커가 설치된 판사지원실에서 매주 금요일에 있는 재판을 준비한다.
여기에 최 판사를 위해 특별히 배치된 실무관 최선희(30)씨가 소송기록을 일일이 읽고, 그중 최 판사가 요청하는 부분을 한글파일로 만드는 일을 해준다. 증거사진 등 이미지는 최 실무관이 세세히 말로 설명한다. 최 판사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최 실무관은 "최 판사가 장애를 가지고 이 자리까지 온 것도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판사는 최 실무관이 만든 한글파일을 음성변환 장비를 이용해 듣고 또 듣는다. 이 공보판사는 "최 판사가 음성파일로 변환한 소송기록을 대부분 외우고 재판에 들어간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시력이 점차 악화되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아 현재 1급 시각장애인인 최 판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두 달 남짓 경험한 판사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판사가 되기 전에 있던 법원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대신 판사로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이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오네요. 법원이 저를 위해 변했던 것처럼 저도 열심히 해서 그 두려움을 없애겠습니다."
법원 관계자는 "시각적인 자료가 주요한 증거로 작용하는 재판의 경우 초임인 최 판사를 배려해 주심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2/5/12
'상담 > 행복과 희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어느 일본 여인의 감동적인 이야기 (0) | 2012.08.15 |
---|---|
청첩장에 동봉된 명함 두 장 (0) | 2012.05.22 |
기부왕의 기부철학 (0) | 2012.05.12 |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0) | 2012.04.12 |
감동의 글- 서울 초등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1등한 용욱이의 글 (0) | 2012.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