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시각장애인 박사, 임종 前 부인에게 작별 편지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1944년 경기도 문호리에서 태어난 강 박사는 13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해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시력을 잃었다. 같은 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며 10대 가장으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겪었지만 연세대를 졸업한 뒤 1972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으로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고, 2001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됐다. 당시 강 박사 직급은 미국 이민 100년 한인 역사상 최고위직이었다. 강 박사는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과, 소아마비를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루스벨트 재단 고문도 지냈다.
강 박사는 작년 10월 암이 발견돼 투병을 시작했고, 연말에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하다"며 지인들에 작별 편지를 보냈다. 올 1월에는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평화장학금으로 25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의 자서전 '빛은 내 가슴에'는 7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고, 국회 도서관에 음성도서로 소장돼 있을 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석은옥 여사와 아들 진석(39·폴 강) 안과전문의, 진영(35·크리스토퍼 강)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있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직도 봄날 반짝이는 햇살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당신을 난 가슴 한가득 품고 떠납니다. 지난 40년간 늘 나를 위로해 주던 당신에게 난 오늘도 이렇게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더 오래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장례식은 워싱턴DC 인근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오는 3월 4일 추도 예배로 치러진다. 서울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도 빈소가 마련된다.
-조선일보, 2012/2/25
------------------------------------------
시각장애인으로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가 별세했다. 향년 68세.
강 박사 가족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장애인 인권 운동의 선구자인 강 박사가 오늘 투병 중이던 암으로 소천했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정책차관보로 6년 동안 일하면서 미국의 5400만 장애인을 대변하는 직무를 수행했고 장애인의 사회 통합, 자립, 권리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부인 석은옥 여사에게 남긴 편지에서 “50년 전, 햇살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던 예쁜 여대생 누나의 모습을 난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날개 없는 천사였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앞으로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순간에 나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은 당신을 향한 감사함과 미안함”이라며 “더 오래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떠난 후 당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함께 해주지 못할 것이라서…”라고 말했다.
아내를 “나의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이라고 표현한 강 박사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라는 말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말을 건넸다.
두 아들 진석(39·폴 강·안과전문의), 진영(35·크리스토퍼 강·백악관 선임법률고문)에게는 “너희들이 나에게 준 사랑이 너무나 컸기에, 함께한 추억이 내 마음속에 가득하기에 난 이렇게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단다”라고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적었다.
강 박사는 손주들까지 모든 가족이 함께했던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너무 소중한 선물이었다고 회고했다. 장례식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오는 3월 4일 추도 예배로 치러진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
-국민일보, 2012/2/24
'자기계발 >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나안농군학교 50년 김평일 교장 (0) | 2012.02.27 |
---|---|
암투병 박재훈 목사 작곡 '오페라 손양원' (0) | 2012.02.25 |
윤윤수 휠라 회장, 서울대 졸업식서 非서울대 출신 첫 축사 (0) | 2012.02.25 |
바다로 돌아온 석해균 선장- 해군 정신교육 교관으로 새 삶 (0) | 2012.02.18 |
4代 125년 서울 살다… H·언더우드 선교사 증손자 피터 언더우드 (0) | 2012.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