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잔뜩 먹이는 나달… 크고 가벼운 라켓 사용
예리한 리턴 구사 조코비치… 라켓 줄 빽빽하고 강해
강하고 정교한 샷 페더러… 작고 무거워 힘 실을 수 있어
셋 중 누가 트로피를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지난 20일 막을 올린 2011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는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 라파엘 나달(25·스페인), 지난 1월 호주오픈을 거머쥔 노박 조코비치(24·세르비아), 윔블던 6회 우승에 빛나는 로저 페더러(30·스위스)가 단연 3강(强)으로 꼽힌다.
세계 랭킹 1~3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1회전에서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로 상대를 모두 3대0으로 가볍게 눌렀다. 나달은 스핀을 잔뜩 먹인 스트로크로 상대 실수를 유발했다. 조코비치는 2~3구 안에 결정타를 날려 상대를 제압했고, 페더러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샷으로 상대의 혼을 빼놓았다.
◆나달의 톱 스핀은 크고 가벼운 라켓에서
이 '빅 3'는 상이한 플레이만큼 사용하는 라켓도 완전히 다르다. 나달은 가장 가벼운 라켓(311g)을 쓴다. 라켓 면이 645㎠로 넓고 모양이 둥글다. 그립(손잡이)이 얇은 것도 특이하다. 이 라켓은 스위트 스팟(sweet spot·공을 제대로 맞힐 수 있는 부분)이 넓어 회전이 많이 걸리고 실수할 확률이 낮다. 또 그립이 얇아 세게 쥘 수 있고 무게도 가벼워 빠른 스윙을 할 수 있다.
이런 라켓 기능에 나달의 타고난 파워과 유연성이 어우러져 다른 선수보다 400rpm 이상 높은 4800rpm의 톱 스핀 샷이 나온다. 대신 원형(圓形)에 가까운 모양 때문에 네트 가까이에서 낮게 떨어지는 공을 걷어올리기 힘들다.
◆무겁고 작은 라켓으로 코트 구석 노리는 페더러
페더러의 라켓 면은 크기(580㎠)가 나달에 비해 10% 정도 작다. 무게는 345g으로 제일 무겁다. 세 명이 쓰는 라켓 중 가장 다루기 어렵다고 한다. 체육과학연구원 구해모 수석연구원은 "이 라켓을 마스터한 페더러는 나달의 라켓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지만 나달이 페더러의 라켓을 잡는다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대신 정확하게만 친다면 강하고 정교한 샷을 구사할 수 있다. 면이 큰 라켓은 공이 부딪힐 때 힘이 효과적으로 분산된다. 반대로 작은 라켓은 힘을 더 실을 수 있다. 게다가 공에 라켓 무게가 더해져 코트 구석으로 쭉 뻗는 샷이 가능하다. 다루기 어려운 라켓을 쓰는 데는 '누구를 상대해도 언제나 정확한 폼으로 공을 완벽하게 맞힐 수 있다'는 페더러의 자신감도 담겨 있다.
페더러가 나달에게 연전연패할 때 주위에서는 "면이 큰 라켓으로 바꿔 나달의 스핀에 대비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페더러는 "라켓을 바꾸는 것은 외과수술과 같다. 나는 손에 메스를 대는 게 싫다"며 지금의 라켓을 고수했다.
◆조코비치는 빽빽한 라켓 줄로 예리한 리턴 구사
나달과 페더러의 라켓을 극과 극에 놓는다면 조코비치의 라켓은 그 가운데쯤에 있다. 라켓 면 크기는 나달의 라켓과 똑같고, 그립 두께는 페더러의 것과 같다. 무게는 330g으로 나달과 페더러의 중간이다.
그렇다면 그만의 특징은 뭘까. 조코비치는 테니스 줄을 매는 법이 독특하다. 가로 20줄, 세로 18줄로 나달과 페더러(가로 19×세로 16)보다 빽빽하고, 27~28㎏의 무게를 견디는 강한 줄을 쓴다. 이는 상대의 공이 라켓에 맞을 때 반발력을 높여 예리한 리턴을 구사할 수 있게 만든다.
뉴욕타임스는 조코비치에 대해 "리턴이 좋은 만큼 경기 템포를 빨리 끌고간다"며 "복싱에서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기를 기다렸다 빈틈을 노려 공격하는 '카운터펀처(counter puncher)'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201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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