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사람

'사랑의 교회' 옥한흠 원로목사

하마사 2010. 9. 3. 19:00

 

"신도 스스로 작은 예수 돼라" 강조한 시대의 목자
"신앙과 삶 일치해야" '제자훈련' 전파 한평생
12명 신도가 2만명으로…'개신교 지도자'로 존경

 

2일 세상을 떠난 서울 사랑의교회 옥한흠(玉漢欽·72) 원로목사는 한국 개신교계에 '제자훈련'이라는 평신도교육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개신교계의 갱신과 연합운동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목회자였다.

1938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옥 목사는 성균관대 영문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 미국 칼빈신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목사안수를 받고, 1978년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옥 목사의 지론은 "목회자 그리고 교회와 신자가 사회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자훈련은 평신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가 교회에서 자신의 지론을 실현하는 목회방식이었다. 그는 "제자훈련이란 성도(聖徒)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을 닮아 작은 예수가 되려고 노력하도록 만드는 것" "신앙과 삶이 일치되는 신자로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가 2007년 7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설교하던 모습. /사랑의교회 제공

예배 참석 외에 공부와 훈련을 강조한 옥 목사의 새로운 목회방식은 커다란 호응을 얻어 12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그가 은퇴할 무렵 신도가 2만여 명으로 늘었고, '제자훈련'은 교회와 교단을 넘어 개신교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교회의 담임목회자와 선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는 85기(期)에 걸쳐 1만8380명을 배출했으며, 저서 '평신도를 깨운다'는 99쇄가 인쇄·판매돼 개신교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옥 목사는 목회자를 중심으로 개신교계의 연합과 갱신운동에도 앞장섰다.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1996년 창립)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1998년 창립)를 이끌면서 개신교계를 바로잡기 위해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옥한흠 목사는 2003년 개신교계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교회 목회자들의 일반적인 정년(70세)을 5년 남겨둔 상태에서 조기은퇴하고 오정현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겼기 때문이다. 대형교회의 목회자 세습 문제가 논란이 되던 때였기 때문에 옥 목사의 결단은 한층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개별 교회 중심인 개신교계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폭넓은 활동 때문에 옥한흠 목사는 교계의 정신적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는 2005년 CBS기독교방송이 신학대 교수, 목회자, 평신도 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또 2004년 부활절연합예배,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 등 초대형 개신교 연합집회에 설교자로 초빙됐다.

옥한흠 목사는 스스로 "진을 빼는 사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매진한 제자훈련과 40여권의 책을 참고할 정도로 철저했던 주일예배 설교 준비 등으로 몸을 혹사해 위염과 불면증을 달고 살았으며, 2006년 폐암이 발병해 투병해 왔다. 옥 목사는 지난 4월 조선일보와의 부활절 인터뷰에서 "저는 죽음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염두에 두고 산다"며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기도의 빚을 지고 있고, 주변의 모든 이에게 기도의 빚을 되갚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김영순씨와 성호·승훈·성수 등 3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예배는 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열린다. (02)3480-6501~2, 3480-6563
 
-조선일보, 20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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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옥한흠 목사가 남긴 것들
평신도 교육하는 '제자훈련' 매진
교파 넘어 4000여 교회로 퍼져 보수·진보 목회자 통합위해 온힘

지난 2일 72세로 별세한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는 한국 교회에 '제자훈련'이라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개신교계의 갱신·일치·섬김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였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겸손한 리더십을 보여줬던 그가 남긴 유산을 한국 교회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 교파 넘어 확산

옥한흠 목사가 제시한 제자훈련은 개신교계에서 '혁명적 목회 패러다임' '제2의 종교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 16세기에 루터가 사제들이 독점하던 성경을 일반 신도들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면, 20세기 후반 옥 목사의 제자훈련은 '말씀'뿐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使役)'도 평신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린‘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수양회에서 대표회장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옥한흠 목사를 교갱협 소속 목회자들이 찬양으로 축복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제공
옥 목사는 예수가 열두 제자들과 함께한 것처럼 10명 안팎의 소그룹 성경 공부를 통해 평신도들이 '예수 닮은 인격'을 닦고 '하나님의 일'을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단순히 성경 지식을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하는 방식이었다. 평신도들은 2년간 1주일에 세 시간씩 성경 및 관련 책을 읽으면서 목사의 '동역자(同役者)'로 훈련됐다. 제자훈련을 통해 '사역'의 역량을 키운 평신도들은 '작은 목사'로 또 다른 소그룹을 이끌면서 제자훈련을 확산했다. 한 중견 목회자는 "목사들은 보통 말썽 없이 신앙생활 잘하는 신도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에게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자훈련은 열의가 있는 신자들을 훈련해 더 활발히 교회활동을 하도록 길을 터준 것"이라고 했다.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은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제자훈련에 관심을 갖는 목회자를 위해 그가 1999년 설립한 국제제자훈련원은 지금까지 1만6000여명의 목사·선교사 수료생을 배출했다. 현재 교단의 벽을 넘어 4000여 교회가 제자훈련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김명호 목사는 "옥한흠 목사님이 존경받는 것은 모든 교회를 형제 교회로 여겨 지역 교회를 살리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는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은 사실은 목회자를 깨운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한 노력 계승해야

옥한흠 목사는 1996년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 1998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창립을 주도하고 10년간 대표회장을 맡았다. 한목협 전 상임 총무 김원배 목사는 "진보성향인 에큐메니컬 진영과 보수성향인 복음주의 진영의 15개 교단 소속 목회자 1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목협 전 정책위원장 이성구 목사는 "옥한흠 목사님은 Unity(일치)·Renewal(갱신)·Diakonia(섬김)의 'URD'를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옥 목사는 2007년 7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불신받는 한국 교회, 서로 싸우는 한국 교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무너진 한국 교회를 다시 세울 것을 호소했다. 옥한흠 목사에게서 한목협 회장을 이어받은 손인웅 덕수교회 목사는 "당시 옥 목사가 설교하면서 통곡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언제나 교회가 새로워지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의 노력을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국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의 교회 사역을 직접 이은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어떻게 하면 옥 목사님의 유지를 잘 계승할까, 부족한 2%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를 요즘 묵상의 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