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옥한흠 목사가 남긴 것들
평신도 교육하는 '제자훈련' 매진
교파 넘어 4000여 교회로 퍼져 보수·진보 목회자 통합위해 온힘
지난 2일 72세로 별세한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는 한국 교회에 '제자훈련'이라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개신교계의 갱신·일치·섬김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였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겸손한 리더십을 보여줬던 그가 남긴 유산을 한국 교회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 교파 넘어 확산
옥한흠 목사가 제시한 제자훈련은 개신교계에서 '혁명적 목회 패러다임' '제2의 종교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 16세기에 루터가 사제들이 독점하던 성경을 일반 신도들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면, 20세기 후반 옥 목사의 제자훈련은 '말씀'뿐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使役)'도 평신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 ▲ 지난 2007년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린‘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수양회에서 대표회장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옥한흠 목사를 교갱협 소속 목회자들이 찬양으로 축복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제공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은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제자훈련에 관심을 갖는 목회자를 위해 그가 1999년 설립한 국제제자훈련원은 지금까지 1만6000여명의 목사·선교사 수료생을 배출했다. 현재 교단의 벽을 넘어 4000여 교회가 제자훈련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김명호 목사는 "옥한흠 목사님이 존경받는 것은 모든 교회를 형제 교회로 여겨 지역 교회를 살리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는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은 사실은 목회자를 깨운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한 노력 계승해야
옥한흠 목사는 1996년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 1998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창립을 주도하고 10년간 대표회장을 맡았다. 한목협 전 상임 총무 김원배 목사는 "진보성향인 에큐메니컬 진영과 보수성향인 복음주의 진영의 15개 교단 소속 목회자 1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목협 전 정책위원장 이성구 목사는 "옥한흠 목사님은 Unity(일치)·Renewal(갱신)·Diakonia(섬김)의 'URD'를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옥 목사는 2007년 7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불신받는 한국 교회, 서로 싸우는 한국 교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무너진 한국 교회를 다시 세울 것을 호소했다. 옥한흠 목사에게서 한목협 회장을 이어받은 손인웅 덕수교회 목사는 "당시 옥 목사가 설교하면서 통곡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언제나 교회가 새로워지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의 노력을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국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의 교회 사역을 직접 이은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어떻게 하면 옥 목사님의 유지를 잘 계승할까, 부족한 2%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를 요즘 묵상의 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