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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시대에 국민이 종교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

하마사 2009. 2. 10. 07:13

 

 [사설] 각박한 시대에 국민이 종교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

 

 지난 1일 민주·민노·창조한국·진보신당 등 4개 야당과 40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정부 규탄집회를 가졌다. 하루 앞서 31일엔 88개 단체로 구성된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 집회가 있었다. 2일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미사를 열었고 불교계는 5일 시국법회를 갖는다고 한다.


작년 촛불시위는 4월 29일 MBC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방영 사흘 후인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시작됐다. 경찰이 300명 참석을 예상했는데 학생·시민 1만명이 모였다. 그러자 6일 좌파단체들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발족시켰고 15일부터는 노조와 좌파단체 동원자들이 일반 참가자 숫자를 넘어섰다. 5월 24일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가 나오면서 도로 점거가 시작됐고 6월 10일 8만 인파가 광화문에 모였다. 6월 30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7월 3일 기독교계, 4일 불교계가 각각 시국미사와 기도회, 법회를 열었다. 광우병 촛불시위는 8월 15일 100회까지 연인원 98만명이 참가하면서 106일을 끌고 갔다. 그동안 광화문 일대는 공무 집행하던 경찰관이 인민재판당하고 경찰버스가 불타는 무법천지가 됐다.

좌파단체와 야당은 작년 그 일을 되풀이해 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진보연대 의장이란 사람은 1일 집회에서 "원흉은 이명박 바로 너야, 이명박 다운"을 외쳤고, 추모행사 사회는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맡았다. 진보연대·참여연대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축 단체였다. 광우병 시위 때는 국회의원 몇이 시위대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는데 이번엔 4개 야당이 아예 집회 주최자로 등장했다. 시위대 폭력성이 아직 작년만큼 격하진 않지만 경찰에 돌 던지고 쇠파이프 휘두르는 건 이번에도 나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는 인터뷰에서 "현 시국은 70년대를 연상케 한다" "국민투표로 선출된 정부 행태가 과거 독재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독재정권 타도에 나선 70년대 투사 말투다. 국민이 힘들어 하는 시대다. 사람 사이 관계도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모두가 힘들고 각박한 시대에 국민이 종교인에게서 가두투쟁을 이끄는 전사(戰士)의 모습을 찾겠는가. 이런 시대일수록 종교인은 국민 마음과 이 사회 안에 평화를 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야 한다. 국민이 지금 종교인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말은 누구를 몰아내고 타도하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어려운 시대를 타고 넘어가자는 말일 것이다.

 

 

조선일보, 2009/2/3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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