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정

TV 끄기

하마사 2008. 3. 19. 18:00

[만물상] TV 끄기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입력 : 2008.03.18 22:12

해마다 4월 말이면 세계 곳곳에서 'TV 안 보기 주간(週間)'이 선포된다. 1995년 'TV를 끄고, 인생을 켜라(Turn off TV, Turn on life)'라는 구호를 내걸고 출범한 미국 시민단체 'TV 끄기 네트워크'가 주도하는 운동이다. 미국 전역 수백만 명을 비롯해 영국·일본·캐나다 등 각국 참가자들은 TV 없이 한 주일을 보낸다. 남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덜 보고 더 읽기'로 연결된다.


▶우리도 최근 TV 끄기 운동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2005년 발족한 'TV 안 보기 시민모임'은 5월 첫 주를 'TV 안 보기 주간'으로 정해 캠페인을 벌인다. YMCA·생활협동조합 같은 민간단체들도 TV 끄기에 동참하고 있다. 기독교계는 부활절 직전 사순절(四旬節)을 '미디어 금식(禁食) 기간'으로 정해 TV를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청소년위원회도 매달 둘째 토요일을 'e-미디어 다이어트 데이'로 정해 TV와 인터넷을 삼가라고 권한다.


▶TV의 해악은 말하기도 새삼스럽다. 유아에게 TV를 많이 보여주면 말이 늦되고 지능발달이 더뎌진다. TV에 빠져 자란 어린이는 사회성에 문제가 생긴다. 청소년의 TV 시청시간이 늘어날수록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가족이 모두 TV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대화가 사라지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하루 평균 TV 시청은 3시간에 가깝다.

EBS TV가 전남 외딴 섬 다랑도 주민의 동의를 얻어 지난 2월 4일부터 40일 동안 TV 끄기 실험을 했더니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 10가구 28명 중 신문을 전혀 안 보는 사람이 24명에서 15명으로 줄었고, 부부가 자주 대화를 한다는 이는 4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70대 노인과 네 살 꼬마가 나란히 앉아 동화책을 읽고, 중년 부부가 밤에 서로 얼굴 팩을 해주게 됐다고 한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그제 낸 보고서를 보면 부모가 고학력·고소득일수록 자녀들의 TV 시청시간이 적었다. TV가 가난을 대물림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조선일보가 벌인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이 큰 호응을 얻은 것도 바로 그런 점에서다. 'TV 안 보기 시민모임' 대표인 서영숙 숙명여대 교수는 "자식이 공부 잘하기를 원하면 부모부터 TV를 끊어라"고 한다. TV를 당장 집 밖으로 던져 버리지는 못한다 해도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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