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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외교관 시대

하마사 2007. 7. 3. 12:52
 여성 외교관 시대

발행일 : 2007.06.30 / 여론/독자 A30 면 기고자 : 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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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참모 지피 리브니는 총리실에서 부시 미국 텍사스 주지사 자문역으로 활동하던 콘돌리자 라이스를 마주쳤다. 몇 년 뒤 리브니와 라이스는 각각 자기 나라 사상 두 번째 ‘여성 외교장관’이 돼 다시 만났다. 양국은 각기 전쟁 중이었고 강경파가 득세한데다 최고 지도자 인기는 바닥을 친 상황이라 두 장관은 마음이 통했다. 때로 격렬하게 논쟁하고 때론 가슴을 터놓는 친구가 됐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그리스, 폴란드, 멕시코 등 26개국쯤의 외교장관이 여성이다. 1947년 공산국 루마니아에서 아나 파우케르가 세계 첫 여성 외교장관이 된 뒤 이스라엘 골다 메이어, 스리랑카 반다라나이케, 인도 인디라 간디가 외교 수장으로 국제무대를 누볐다.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여성 외교장관은 100명 넘게 나왔다.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중 21명이 여성이다.
1993년 한 명이었던 여성 합격자는 2005년 52.6%로 처음 절반을 넘었다가 올해 사상 최고인 67.7%를 기록했다.
여성 지원자들의 강점은 토론과 협상, 외국어 능력이었다.
모의 협상에서 남성 지원자들은 공격적이고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한 반면, 여성들은 차분하게 양쪽 의견을 듣고 합의를 이끌어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최종 면접 탈락자는 남성 5명, 여성 한 명으로, 여성이 필기·면접 모두 강세였다.
▶세계 외교무대는 오래 전부터 여성 외교관들을 자연스럽게 대하고 대접해왔다. 그러나 20여 년 전 외시에 합격한 한 여성 외교관은 “초기엔 관련부처 직원에게 전화하면 상대방이 ‘책임질 만한 답변을 할 다른 사람을 바꿔 달라’고 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한 여성 지원자가 좋은 필기 성적을 내고도 면접에서 떨어지자 그 지원자의 출신대학 총장이 외교부에 “앞으로 우리 대학은 외교관 자녀 특례입학을 받지 않겠다”고 항의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외교관 1600명 중 여성 외교관은 11%, 170명쯤이다. 1978년 첫 여성 외시 합격자가 첫 여성 대사 기록을 세웠고 아태국, 북미국 같은 주요 부서에도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미·중·일 주요국 대사로 파견되거나 북핵, FTA 같은 큰 협상팀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맡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추세로 가면 여성 외교장관이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

(강인선 논설위원 insun@chosun.com)